한국은행법 개정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기에서 한국은행이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뿐 아니라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고 금융회사 조사권을 부여하자는 게 법 개정안의 골자다.

정규재 논설위원은 이 같은 논의가 너무 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제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공론화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러려면 중앙은행의 본질에 관한 논의가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나 물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는 없고 중앙은행은 물가를 최우선 과제로 다루도록 돼 있다. 정부는 성장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중앙은행을 정부로부터 독립시켜 물가 안정을 사수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이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금융시장 안정기능도 '성장'처럼 물가와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의사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책임지는 절차를 갖고 있지 않은 한국은행이 성장이나 금융시장 안정을 추구한다면 물가 이외의 사안에 대해 정부의 직 · 간접적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고,받아야 한다는 게 이 칼럼의 논지다. 한은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