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 기아자동차가 내년부터 소나타급 이하 모든 차종에 연비개선 장치인 ISG(Idle Stop & Go)를 순차적으로 장착한다. ISG는 차량 신호대기 때 엔진이 자동적으로 꺼지고,출발할 때 순간적으로 재가동하는 시스템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초 유럽 수출모델인 준중형차 씨드에 수동변속기용 ISG를 넣은 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같은 준중형급 i30에도 이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국내선 기아차부터 적용

현대 · 기아차가 ISG를 개발한 것은 연료 절감이 완성차업계의 화두로 떠오른데다,유럽이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글로벌 업계에선 현대 · 기아차를 비롯해 도요타 BMW 메르세데스벤츠 시트로앵 등 일부 기업만이 수동 및 무단변속기용 ISG 개발에 성공한 상태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자동변속기용 ISG 기술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개척 분야"라며 "국내에선 오토 차량이 대부분인 만큼 내년부터 자동변속기용 ISG를 장착한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신차의 경우 내년 하반기 이후 기아차 로체 후속모델에 자동변속기용 ISG를 가장 먼저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승용차와는 별도로 ISG를 탑재한 친환경 버스 1000여 대를 내년 말까지 서울시에 납품하기로 했다. 압축천연가스(CNG) 대비 10~15%의 연비개선 효과가 있으며,연간 500만~800만원(연 10만㎞ 주행 기준)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대 20% 연비개선 효과

현대 · 기아차가 개발한 ISG는 엔진 가동 및 중단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업그레이드 전자제어장치(ECU)'와 가속 때 모터의 전력 수요를 줄이고 감속 때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스마트 발전기',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배터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작동을 아예 중지시키는 '오작동 방지 시스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행 중 발전제어 방식을 통해 1%,공회전 때 엔진 정지를 통해 최소 4~5%의 연비향상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실제로 기아차가 지난 15일 동호회 회원과 택시기사 등을 대상으로 ISG 성능시험을 벌인 결과,도심 주행 때 최대 20%의 연비개선 효과가 발생했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역시 약 6% 적게 배출됐다.

ISG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어 '마이크로 하이브리드'로 불린다. 그렇지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는 점이 다르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주행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신 장착비용이 차량 한 대당 50만원 선에 불과하다.

ISG 장착 차량이 모두 친환경 모델인 만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ISG(Idle Stop & Go)=자동차가 신호 대기나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5초 이상 정차해야 할 때 자동적으로 엔진이 꺼지고,다시 출발할 때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다시 시동이 걸려 재출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공회전을 제한해 매연물질 및 온난화 가스 발생을 줄이고 연료 절감을 도와준다. 현대 · 기아차는 공회전 때 엔진정지 만으로도 최소 4~5%의 연비향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