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시행된 자본시장법의 '5%룰'에 발목이 잡힌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국내 주식 순매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밝혀졌다.

5%룰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 · 취득하거나 추가로 1% 이상 변동시킬 경우 다음 달 10일까지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국민연금은 다음 주 긴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올해 국내주식 비중을 사실상 축소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국민연금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이달부터 35여개 주식위탁운용사에 대한 신규 자금 투입을 전면 중단했다. 통상 하루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넘게 투입되던 신규 자금이 없으니 위탁사들이 순매수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달 들어 지수 1000선이 위협받을 정도로 코스피지수가 급락했지만 기금운용본부는 자체 계정으로도 순매수를 하지 않았다. 1000선 부근에서는 언제나 대규모 순매수를 해 증시를 떠받쳤던 '버팀목'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실제로 3월 들어 지난 11일까지 단 하루도 순매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중 30억원 정도의 순매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1286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던 국민연금이 자본시장법 보고가 실제 이뤄진 이달 들어 태도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순매수 중단으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목표치인 17%에서 허용 범위(±5%)까지 감안한 최저치인 12% 밑으로 떨어진 날도 여러 번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고 기한이었던 지난 3일 전에 10% 이상 보유한 종목의 비중을 모두 10% 이하로 낮춘 국민연금은 모든 종목의 비중이 10%를 넘기지 않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주식 매입을 전면 중단한 것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보고로 추종매수나 전략 노출 등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주식을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5%룰을 완화해 3개월치 변동분을 모아 3개월 뒤 보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금융위에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는 다음 주 긴급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내주식의 허용 범위를 현행 ±5%보다 늘리기로 했다. 허용 범위를 감안한 올해 최저 비중인 12%보다 더 낮게 국내주식 비중을 가져갈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으로 사실상의 비중 축소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자본시장법 보고 의무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상반기 안에 이뤄질 향후 5년(2010~2014년)간의 국민연금 중기자산배분에서도 주식 비중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