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돈 <성균관대총장 seo1398@skku.edu>

다사다난했던 무자년의 묵은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금년은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정치적ㆍ사회적 혼돈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였던 것 같다. 더욱이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암울한 내년도 전망을 내놓으면서 그리 달갑지 않은 세밑을 보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송년회와 크리스마스 캐럴 등으로 흥청댔을 요즘이 오히려 차분한 느낌마저 든다.

법정 스님은 최근 법문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와 불안의 원인을 무절제와 부도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남에 대한 배려와 감사함이 없이 탐욕과 이기심으로 행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물론 법정 스님은 경제위기에 기죽지 말라는 따뜻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은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현대인의 상처와 불안을 치유하는 참 행복의 메시지를 제시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늘 감사하고,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비우는 행위이며,내려놓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아름다운 마무리를 실천하는 사람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더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는 난(蘭)을 닮지 않았을까?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얼마 남지 않은 묵은해에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비우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실천해야겠다.

필자도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고,정말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학교가 날로 발전하고,우수한 교수와 학생이 늘어나는 기쁜 일도 있었지만,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날도 많았다. 그럴 때면 여지없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앞장서 도와준 수많은 분들이 있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낌없이 기부금을 쾌척해 주신 분들.모교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학교를 지원해준 동문들.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기 배움에 충실했던 학생들.꿋꿋하게 총장을 믿고 따라준 교직원들.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교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이 모든 분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올해를 시작할 때 가슴에 새겼던 다짐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용서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자비가 필요한 곳은 없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우리 삶은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고,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매우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늘 감사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실천한다면 이 어려움도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우직한 황소울음과 함께 우리 모두가 훌륭한 부모,훌륭한 학생,훌륭한 직장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여러분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