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에 이동통신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KT, SK텔레콤 등 관련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음성탑재를 통해서 침체된 와이브로를 활성화(活性化)시키겠다는 것이 정부 의도로 보이지만 한마디로 또 하나의 정책실패가 아닌가 싶다.

정부가 몇년 전 와이브로 사업자를 선정할 때 음성통화 문제는 고려대상이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당시 사업권자로 선정된 KT는 이동통신이 가능해지면 투자비 회수가 쉽고, 와이브로의 조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요구했었다. 반면 또 다른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경쟁사들의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방어할 목적에서 사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로 처음부터 와이브로에 음성을 탑재하는 것에 반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다시 이동통신 기능 추가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은 여전히 부정적이고 이제는 KT조차 소극적 입장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유.무선 상품간, 기업간 결합이 핫이슈가 되고 있는데다 KTF와의 합병을 생각하는 KT는 물론이고 SK텔레콤 역시 스스로 경쟁상품을 만들면서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할 까닭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규사업자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제환경도 좋지 않은 터에 기존의 이동통신시장 경쟁구도를 깨고 신규사업자가 얼마나 시장을 차지할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와이브로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정책의 실패로 밖에 볼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사업자 선정부터가 와이브로 활성화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음성탑재를 요구하는 사업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부가 외면했던 실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표준을 선도(先導)했다는 와이브로 시장의 활성화를 정부가 좀 더 깊이 고민했더라면 음성기능을 추가하든,안하든 그런 건 시장이나 기술발전에 맡겼야 했지 정부가 된다,안된다고 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통신정책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 또한 이번 사례가 던지는 중요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