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업체들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의 확산으로 판매 부진에 시달리면서 AI가 처음 터졌던 2003년 악몽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AI 인식 개선과 닭.오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공동마케팅을 펴는 등 매출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에까지 AI가 확산되면서 닭고기업체들의 매출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AI 발생 초기 매출이 20~30% 줄어든 수준에서 이달 들어선 50~60%가량 대폭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3년엔 AI로 인해 업계 3위인 체리부로가 부도를 내고 치킨점.삼계탕집.오리구이점 등 외식업소들이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닭고기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마니커 등 일부 업체들은 매일 하던 도계작업을 이달 들어 이틀에 한 번으로 줄였다.

공장을 하루 걸러 쉬는 셈이다.

또 닭고기 재고도 크게 늘어,작년 말 400만마리였던 비축(재고) 물량이 현재 650만마리로 대폭 불어났다.

올초 1500원이던 산지 생닭 시세(1kg)도 원가 수준인 1250원으로 떨어졌다.

닭고기업계는 지난해 업체 간 경쟁 심화,사료비 급등으로 1000억원가량 손실을 본 데 이어 지난달 AI 여파로 300억원대 손실이 쌓인 실정이다.

특히 영세업체들의 자금 압박이 가중돼 지난달 말 중소 닭고기업체 우림인티그레이션이 부도가 났다.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무리하게 대출금을 회수하려는 금융회사가 있으면 신고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현재로선 생산량을 줄이고 비축하는 것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치킨점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공동으로 'AI 바로 알기 및 닭고기 안심 캠페인'과 다양한 경품 행사를 통해 닭고기 소비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BBQ는 '해피 패밀리 페스티벌'을 이달 말까지 열고 치킨 구매자 중 추첨을 통해 장학금(1명당 300만원),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준다.

또래오래는 '치킨 먹고 베이징올림픽 가자' 이벤트를 내달 15일까지 열어 당첨자에게 베이징올림픽 여행권 등 다양한 선물을 준다.

네네치킨은 자사 광고모델인 유재석,노홍철 등의 사진과 사인이 담긴 마우스패드를 제작해 나눠준다.

이 밖에 치킨외식산업협회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가금산업발전협의회는 AI 인식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1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시작으로 전국 7곳에서 연이어 개최하고 익힌 닭.오리 요리는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송태형/김진수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