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역사상 최고의 펀드 매니저로 꼽히는 피터 린치.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마젤란펀드를 운용해 2700%(누적 수익률 기준)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만일 그가 펀드를 맡았던 1977년에 돈을 넣어두고 13년을 기다렸다면 27배로 보상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장기 상승 사이클이었던 1982~2000년에 속해 있었다.시장 상황도 좋았고 또한 최고의 펀드에 돈을 맡겼으니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로 화답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린치가 1990년 은퇴 후 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수익률을 확인해 보았더니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고객의 50%가량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던 것.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수익률이 좋았던 시점에 돈을 넣었다가 나빴던 시점에 빼 버렸기 때문이다.이는 결국 주식이 오를 때(비쌀 때)사서 떨어질 때(살 때) 파는 실수를 저지른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결국 가장 높은 보상을 받았던 투자자들은 돈을 넣어두고 시장 상황과 관련 없이 오랫동안 투자했던 이들이었다.

금세기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의 친구 중 월터 슐로스라는 저명한 가치투자자가 있다.슐로스는 버핏의 스승인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자민 그레이엄 밑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다.그는 2001년 은퇴할 때까지 45년간 펀드를 운용했다.직원도 두지 않고 기업 탐방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재무제표만 보면서 절대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해 5년간 보유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했다.그가 올린 연평균 수익률은 15.7%.후계자를 키우지 않은 탓에 슐로스는 은퇴와 더불어 펀드의 주식을 모두 매각해 현금화한 후 이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었다.

재미난 점은 슐로스에게 투자한 후 45년간 단 한 번도 돈을 빼가지 않은 인내심 많은 투자자가 4~5명 정도 있었다는 점이다.과연 이들 초기 투자자는 얼마나 보상을 받았을까.무려 721.5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이런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고 해서 슐로스가 매년 몇백%의 수익률을 올렸던 것도 아니다.가장 높았던 해도 60% 정도였다.

우리가 피터 린치와 월터 슐로스의 운용 성과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두 가지 있다.첫째,펀드 투자에 있어 가장 위험한 적은 시장 타이밍에 따른 투자라는 것이다.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샤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시장 타이밍을 따르는 투자자들이 매수 후 장기 보유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시장이 나쁜 82%의 시기를 맞춰야 한다고 한다.따라서 우리가 펀드투자로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고민하기보다는 좋은 펀드와 펀드 매니저를 찾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약세장에선 절대 돈을 빼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1987년 10월 단 이틀 만에 다우지수가 27%나 폭락했을 당시 피터 린치의 펀드에서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금을 인출해갔다.하지만 다시 2년의 시간이 흘러 펀드가 제 자리를 찾을 무렵 폭락에 놀라 환매한 투자자들은 쓰라린 속을 참아야 했다.

투자 성과는 약세장에서 얼마나 인내를 했느냐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이라는 사실을 투자자들은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 lsggg@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