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께부터 '공무원 시험 합격=임용'이라는 등식이 사라지게 된다.또 변호사 공인회계사 의사 등 자격증 소지자 및 특정 분야 경력자 등에 대한 정부 부처별 특채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본지 2월6일자 A1면 참조

이는 새 정부가 지금과 같은 일괄 공개채용 방식의 행정고시 제도를 2011년까지 폐지하는 대신 부처별 자율 채용을 확대키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가 10일 밝혔다.'부처별 맞춤형 채용제(공직 예비시험제) 도입.정착'이 인수위가 최근 발표한 192개 새 정부 과제에 포함된 것이 이와 맥을 같이한다는 설명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명박 당선인은 합격만 하면 고위 관료의 길로 연결되고 각종 특혜 등이 보장되는 현재 (고시)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공직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최근 한번 공무원이 되면 평생을 보장받는 공무원 시스템을 뜯어고치기 위해 한국의 행정고시와 유사한 현행 1종 시험과 2종 시험을 폐지하고 종합직과 일반직을 새로 신설했다.

◆'시험 합격=임용' 등식 깨진다

2012년부터 '공직 예비시험' 제도가 지금의 행정고시를 대체하게 된다.새 제도는 중앙인사위가 채용 예정 인원보다 많은 합격자를 선발해 '인재풀'(pool)을 구성하면 각 부처가 풀 안에 든 공직 후보자 중 면접을 통해 기관별 특성에 맞는 적임자를 뽑는 형태다.이는 필기시험과 일괄 면접에서 합격하면 무조건 5급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현재의 행정고시와는 차이가 크다.

중앙인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직 예비합격자는 임용 가능한 인력의 130%에서 최대 두 배까지 뽑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또 예비합격자 자격 유지 기간은 1∼2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들 예비합격자는 각 부처가 실시하는 수시 면접에 3∼4회가량 참여해 1∼2년 안에 통과하지 못하면 예비합격자 자격이 상실된다.

현재 예비합격자 풀 규모와 유효기간과 관련,△150% 2년 △150% 1년 △130% 2년 △200% 1년 등 4가지 방안이 제시돼 있는 상태다.가령 '200% 1년'안이 채택된다면 1년 이내에 합격자의 절반이 탈락하게 되는 셈이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올해 국가공무원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한 뒤 3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제도를 도입하는 게 유력하다"고 말했다.

◆부처별 특채 크게 늘듯

행정고시가 없어지고 부처 자율채용 권한이 확대될 경우 부처별 특별채용도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화 추세에 맞춰 부처마다 법률 회계 외국어 이공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고위공무원 특채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인수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미 '5급 공무원 등용문=행정고시'는 옛말이 됐다.공무원 채용 방식이 획일적인 공채 중심에서 각 분야 전문 인재를 뽑아 쓰는 특채 위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2000년대 들어 5급 공채 인원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특채 인원은 급속히 증가,2005년을 기점으로 5급 특채인원이 공채를 추월한 상태다.

중앙인사위에 따르면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5급 공무원 수는 2002년 304명에서 2006년 244명으로 19.7% 감소했다.반면 2001년 불과 50명이던 5급 특채인원은 2006년 395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다.중앙인사위 관계자는 "국가공무원법에 부처별로 특채할 수 있는 기준(12가지)이 마련돼 있는 등 법적으로는 걸림돌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