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9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 은 등 귀금속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달러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올해 안에 금값이 1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월인도분 금값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장중 온스당 900.10달러를 기록,900달러 선을 넘어섰다. 금 가격은 등락을 거듭한 끝에 전날보다 4.1달러(0.5%) 오른 897.7달러에 마감돼 종가 기준으로 4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로써 작년 1월 온스당 650달러 선이었던 금값은 1년간 32% 급등했다. 올해 초 857달러에 출발한 금값은 올 들어서만 40달러 이상 뛰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세계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이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사이트인 INO닷컴의 애덤 휴이슨 대표는 "최근 금값 급등은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금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경기 불안 때마다 되풀이된 것으로 온스당 900달러 돌파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높아지는 인플레 우려를 금값 상승의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주 콩값은 공급 불안으로 사상 최고치인 부셸당 13.10달러까치 치솟았고 밀,옥수수 등도 상승세를 지속했다. 로직어드바이저의 빌 오닐 분석가는 "원자재 가격의 강세는 인플레이션의 발단이 될 수 있다"며 "인플레에 따른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이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이어진 달러 가치 하락세도 금값 급등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10일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로 인해 미 달러화 가치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자 달러 자산에서 금 등 상품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시장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로 달러화가 약세에 진입한 2001년부터 금값은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금은 물론 다른 귀금속 가격도 치솟고 있다. 은 3월물 가격은 지난 주말 전날보다 9.5센트 오른 온스당 16.37달러에 마감돼 2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금(플래티넘)도 지난 10일 뉴욕상품시장에서 최고치인 온스당 1564달러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금값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분석기관인 CIBC는 올해 금값 전망을 온스당 평균 800달러에서 875달러로 높이고 2009년 예측치도 850달러에서 10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 스미토모상사의 스즈키 나오미 연구원은 "금 시장 규모는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훨씬 작은 데다 국제 투기 자금이 상품 투자에 몰리고 있어 연내 온스당 10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를 예고했던 '닥터 둠(Dr.Doom)' 마크 파버도 작년 말 "달러 약세와 아시아 국가의 외환보유액 다각화 영향으로 금 가격이 2008년에 온스당 1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현재 금값은 인플레를 감안한 사상 최고가인 1980년 1월의 온스당 2115~2200달러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