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하면 꼭 연구실에 처박혀야 하나요? 한국도 이공계 출신이 어디서든 환영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2002년 미스코리아 진,하버드대학 장학생….금나나씨(25)를 수식하는 말들은 참 화려하다.

로레알이 여성생명과학상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하기까지 했으니 유명세에 명예까지 얻은 셈이다.

하지만 20일 만난 그는 기초과학의 매력에 푹 빠진 영락없는 과학도의 모습이었다.

"너무 재밌다"고 말문을 연 금씨는 "하버드대 생물학과에서 공부한 지 3년이 됐는데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를 과학적으로 풀어가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대학교에서 의과대 예과에 다니다 간 만큼 한국과 미국과의 교육 여건 차이가 눈에 많이 들어온 듯 했다.

"하버드에 있는 한국 학생들 보면 공부 정말 잘해요.

미국 학생들은 기본적인 수학도 못해 어려워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면 그 학생들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을는지는 장담하기 어렵잖아요."

교수들의 열정적인 강의와 학생들과의 격의없는 관계도 인상적이었다고."입학 초기 일인데,가르칠 게 너무 많아 분필과 지우개를 양손에 들고 강의하는 모습에 감동하기까지 했어요.

강의 못하는 교수가 바로 퇴출되는 모습 역시 의외였습니다.

화학 교수가 세 명이었는데 두 번째 온 분이 학생들로부터 불만족스럽다는 강의 평가를 받은 뒤 나가셨거든요."

금씨는 "대학에서 기초과학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건,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건 자연과학이 기초라고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예요.

그러다보니까 이공계를 졸업한 사람이 펀드매니저가 되는 경우가 많을 만큼 사회 진출도 무난한 것 같고요.

한국도 이런 환경이 조성돼 많은 재능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