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지만 이번 장에서 소외된 대다수 개인 투자자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과거엔 '무(無)주식이 상팔자'라더니 이제는 완전히 정반대가 됐다.

2년 전 가입했던 적립식 펀드를 올초 환매했던 샐러리맨 오충근씨(40).증시가 조정받으면 이번엔 직접 주식에 투자하기로 맘먹고 기다렸다가 결과적으로 낭패를 봤다.

2분기에는 조정받을 거라던 주가가 거침없이 오르기만 하자 결국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차라리 펀드를 환매하지 않고 그냥 놔뒀더라면 더 많은 수익을 냈을 텐데…"라며 뒤늦은 후회도 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주식의 시대'가 왔다는 확신을 갖고 대형 우량주에 투자하기로 한 김진아씨(35)는 2개월 전 현대중공업을 샀다.

당시 주당 15만원 선이던 주가가 4월 말 23만원대까지 오른 후 조정받자 '꼭지'라고 판단해 차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단 하루 조정받은 후 다시 급등,불과 3일 만에 20%가 올라 버렸다.

아쉬운 마음에 "조정받으면 또 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주가는 이후에도 하염없이 상승해 31만원대로 뛰어올랐다.

◆전문가들도 목표치 제시 겁나

최근 지수 급등에도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조정받기만 기다리다 매수 타이밍을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조병철 대우증권 이촌동 지점장은 "올초 펀드를 환매한 개인들이 적지 않았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올해 증시가 강하게 간다는 기대감에 직접투자 문의를 많이 해 왔다"며 "하지만 온다던 조정은 오지 않고 지수가 끝없이 오르기만 하자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물론 급등 부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는 개인들도 적지 않다.

개인들의 주식 매수 자금인 고객 예탁금과 신용 융자가 올 들어 5개월간 각각 4조2800억원씩 급증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특히 과거 중·소형 후발주에만 매달리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개인들이 시장 선도주를 과감하게 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가운데서도 시세 상승폭의 100%를 만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수의 거침 없는 상승세에 시황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도 두 손 들었다.

기술적 분석가인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수가 너무나 빠르게 뛰면서 지수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두려울 정도"라며 "과거 분석틀로는 전혀 해석할 수 없는 시장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표상으로는'황색경보'

'현 기세대로라면 코스피지수 2000선 도달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주식 없는 개인들의 초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장철원 대신증권 명동지점장은 "늦었지만 리스크를 무릅쓰고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닌지를 묻는 개인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있는 탓에 선뜻 들어오라고 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조차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시장은 조정받을 것 같아 던지면 곧바로 20~30%씩 급반등해 버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차익 실현하라고 권고하기도 쉽지 않다"며 "시장의 흐름에 맡겨 홀드(보유)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더라도 전문가들은 6월 중 쉬어가는 국면이 적어도 한 차례 올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윤학 연구위원은 "여러 기술적 지표상 지금 지수는 '황색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며 "6월 중 한 차례 조정이 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조정폭과 기간이 길기보다는 여름철의 소나기처럼 열기를 식혀 주는 정도의 조정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따라서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섣불리 파는 것보다 오버 슈팅하더라도 그것을 충분히 즐기겠다는 여유가 필요하다"며 "주식을 아직 못 산 경우 추격 매수보다는 좀 더 기다렸다가 조정기에 들어가는 전략이 유리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