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는 스타벅스가 창업 초기의 '정신'과'향수'를 잃어가면서 하워드 슐츠 회장(54)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시애틀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슐츠 회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스타벅스 체인점이 확대되면서 자동 에스프레소 기계 등이 갈수록 널리 쓰이고 있다"고 말한 뒤 "이것이 효율적일지는 모르지만 스타벅스 직원의 '손맛'과 커피를 내려받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앗아감으로써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 벌써 '옛날의 스타벅스가 아니다'란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빈민가 출신인 슐츠 회장은 1982년 평범한 스타벅스 커피점에서 맛본 원두커피 맛에 반해 대기업 부사장직을 버리고 스타벅스 마케팅부문 책임자로 합류했다.

그는 입사 3년 만에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오아시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뛰쳐나가 '일 지오날레'라는 커피 전문점을 창업,1987년 마침내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스타벅스는 그에게 '맛과 멋'을 추구하는 신세계였다.

이를 위해 그는 세계 최고의 원두만을 사용하고,추출된 커피는 1시간이 지나면 폐기하는 등 최고의 품질을 고수했다.

그는 또 스타벅스에 편안하고 문화적 향기가 흐르는 가치를 불어넣으면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이에 힘입어 스타벅스는 슐츠가 경영 사령탑을 맡은 후 세계화 전략으로 체인점이 1만3000개에 이르게 됐다.

최근 들어서는 체인점을 4만개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구해 왔다.

하지만 슐츠 회장은 이제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스타벅스의 대형화 전략이 역설적으로 부정적 도미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스타벅스가 추구해 온 확대경영 전략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일용품화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점이 스타벅스가 다른 커피체인 및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도전으로부터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슐츠 회장은 그러나 기존의 세계화 전략을 앞으로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는 내비치지 않았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