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해외담당 주병식 부사장(53)은 한겨울 기온이 섭씨 영하 40도를 밑도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와 영상 40도를 웃도는 베트남,중국 등지를 누빈다.

그래서 그의 여행가방엔 여름옷과 겨울옷이 나란히 들어있다.

80도의 기온차를 넘나들며 글로벌 식품시장을 종횡무진해야 하기 때문.

실제로 주 부사장은 지난 주 베트남 빈증성에 세운 과자류 공장 준공식을 마친 뒤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신시장을 열어젖히기 위해 미국 중동 유럽 등지도 자주 방문한다.

때문에 1년 중 절반 이상을 해외서 보낸다.

그가 이처럼 기온차를 넘나들며 비행기에 오르는 것은 현지법인과 공장을 세워 초코파이 커스터드 등 과자류를 내다팔기 위해서다.

그는 업계에서 '식품한류(韓流)의 첨병'으로 불린다.

그럴 만하다.

오리온의 간판 상품인 초코파이를 현지법인과 공장이 있는 지역에서 일류 브랜드로 키웠기 때문이다.

초코파이는 중국시장에서 '하오리유(好麗友·좋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면서 파이류 시장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점유율이 50%,베트남에서는 60%를 웃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오리온은 지난해 1억3000만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 대비 25%에서 38%로 높아진다.

주 부사장은 오리온이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세운 것에 큰 의미를 뒀다.

"중국은 세계 최고의 단일 시장이고,러시아는 유럽 진출의 관문입니다.베트남은 그 뒤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라는 경제블록이 있습니다.베트남공장 완공으로 글로벌 전략기지를 완성한 셈입니다."

그는 "베트남만 놓고 보더라도 시골 구석구석까지 초코파이가 없는 곳이 없고 심지어는 제사상에까지 초코파이를 올려 놓을 정도"라며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현지화가 진행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코파이가 해외서 인기를 끄는 걸 단순 유행으로만 보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한류'라기보다는 '식(食)문화'를 판다고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다.

주 부사장은 "세계 최고의 제과시장인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게 꿈"이라며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말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