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 보안업체로 꼽히던 안철수연구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증권가에서는 최근 안철수연구소 인수합병(M&A)설이 심심찮게 나돌았다.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대표이사인 김철수 사장이 갑자기 물러나면서 말이 많다.

외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더니 정말 어려운가.

주가는 연초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 났다.

1995년 창사 후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V3'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안철수연구소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 회사는 3분기에 97억8100만원의 매출과 28억3800만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9%. 100원 벌어30원 가량 남겼으니 실적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내막은 다르다. 전 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와 38% 줄었다. 분기 영업이익 30억원 선이 2년 만에 깨졌고 모처럼 돌파했던 분기 매출 100억원 선도 다시 무너졌다.

안철수연구소에 관해 말이 많은 것은 성장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03년 277억원이었던 매출을 2004년 315억원,2005년 402억원으로 늘렸다.

매출증가율이 2004년 14%,2005년은 27%나 됐다.

올해 매출 목표는 500억원.그러나 3분기까지 318억원에 불과해 목표 달성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주력인 안티바이러스 제품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데 대해 안철수연구소 내부에서도 인정한다.

보안위협이 서버,네트워크,PC 등을 넘나들며 시스템 전반을 방어하는 제품이 아니고서는 위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안티바이러스'나 '안티스파이웨어'를 표방하는 공짜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널려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안철수연구소와 비교도 안되지만 복합적 보안위협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웹 방화벽 분야에서 국가정보원 보안필증을 가장 먼저 받은 듀얼시큐어나 삼성SDS 사내벤처로 출발한 파수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안철수연구소는 변화에 대응해 네트워크 보안 시장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장비 '트러스가드'를 내놓은 게 한 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미 미국계 보안업체들이 장악했다.

세계 보안시장 1~3위 업체인 시만텍,트렌드마이크로,맥아피 등이 모두 한국 시장에 들어와 네트워크 보안을 장악했다.

시만텍의 경우 지난달 '노턴 인터넷 시큐리티 2007'을 내놓았다.

안철수연구소가 지난 7월 자사 기술의 결정판이라고 내놓은 'V3 인터넷 시큐리티 2007 플래티넘'과 기능이 같은 제품이다.

한마디로 복합적 보안위협이 커지고 보안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안철수 신화'를 상징하는 'V3'는 더 이상 유일한 대안이 아니다.

창업자 안철수씨의 분신이라던 김철수 사장이 갑자기 물러난 것도 악재로 꼽힌다.

김철수 사장은 지난달 건강이 좋지 않다며 사임했다.

이 바람에 오석주 사업본부장이 대표직을 맡아 회사를 이끌게 됐다.

미국 유학 중인 안철수씨는 아직 귀국 얘기가 없다.

업계에서는 "안씨가 복귀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안철수연구소측은 위기설이나 피인수설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하드웨어 업체를 인수할 수는 있어도 인수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보안전문가는 "의도적으로 안철수연구소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정보화사회에서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국가 보안 시장을 통째로 외국 업체들에 넘겨줘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