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취향저격'에 아낌없이 쓰는 2030

20만원짜리 식사에 50만원짜리 향수…휴가땐 해외 미식여행

웨스틴조선호텔 일식당 스시조
2030 방문객 15%나 증가

갤러리아百 50만원대 향수
구매자 몰려 품절 임박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현재의 행복 추구 성향 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일식당 ‘스시조’는 주말마다 식당을 1, 2부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1985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음식값이 1인당 20만~30만원으로 고가여서 과거엔 중장년 고객들이 주로 찾았지만 최근 들어 20~30대 젊은 층이 급증해 시간대를 나눠 손님을 받는다.

이희종 웨스틴조선호텔 식음료팀장은 “올 들어 20~30대 방문객이 작년보다 15%가량 늘었다”며 “언론 보도만 보면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는데 우리 식당에서는 그런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다”고 전했다.◆한 끼 식사에 수십만원 쓰는 2030

한 끼 식사에 수십만원을 쓰고 고가 와인을 수집하는 등 본인의 관심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취향 소비’가 20~30대 젊은 층에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들 소비자는 미식이나 희귀품 수집 등 자신의 만족감을 채우는 데는 선뜻 지갑을 열지만 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오히려 좀스러울 만큼 절약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최근 일본 삿포로로 여름 휴가를 떠난 직장인 김아름 씨(27)가 대표적이다. 삿포로를 휴가지로 택한 이유는 오직 국내에서 맛보기 힘든 음식을 즐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스시 다나베’에 일찌감치 예약을 해뒀다. 그는 “옷은 9900원짜리 유니클로를 사 입어도 누구보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어 미식 여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호텔 식당들도 이 같은 취향 소비를 즐기는 20~30대로 붐비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서울 레스케이프 호텔의 중식당 ‘팔레드신’은 방문객 두 명 중 한 명이 20~30대다. 같은 호텔 디저트 카페 ‘르 살롱’도 20~30대 손님들이 대거 몰려 전날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초고가 화장품·향수도 ‘불티’고가 화장품도 취향 소비의 주된 타깃이다. 샤넬보다 비싼 초고가 화장품인 ‘르메르’가 지난 4월 출시한 ‘더 루미너스 리프팅 쿠션 파운데이션’은 입고되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이 상품 5개 색상 중 3개가 품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30대 소비자가 구매했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향수 브랜드 ‘르라보’가 이달 한 달간 한정 판매하는 ‘시티 익스클루시브 라인 도쿄’는 100mL 기준 58만5000원으로 고가지만 예상보다 구매자가 많아 회사 측은 제품이 이달 중순께 조기품절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를 위해 투자하기보다 현재 행복을 추구하는 성향이 취향 소비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전체 지출액이 늘지는 않았지만 특정 품목에 돈을 몰아 쓰고, 다른 상품에 대해선 구두쇠처럼 아끼는 식으로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 5년간 20~30대 소비자들의 카드 지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과거보다 소득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혼을 미루고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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