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공무원들은 좋겠네"…2억 로또 줄잇는 세종시

분양가 규제 심해 수억대 시세차익
이전기관 특별공급 50% 특혜 논란
세종시 분양 현장 잔여세대 추첨 당일 모델하우스 모습. 한경DB
올 봄 들어 세종시 분양 시장에 ‘로또 청약’ 열풍이 불고 있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서 분양가격을 다른 어떤 곳보다 강하게 억누르고 있어 당첨만 되면 1억5000만~2억원의 웃돈을 기대할 수 있는 까닭이다. 세종시 분양 물량의 경우 50%를 이전 기관 종사자에게 특별공급하는 만큼 일각에서는 공무원들이 과도한 ‘분양가 규제’의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 1억~2억대 시세 차익 예상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5412가구(국민임대, 행복주택 제외)다. 세종 6생활권에 들어서는 ‘세종 마스터힐스’가 지난 5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했다. 2-4 생활권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도 12일 모델하우스 공개했다.

수요자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세종 마스터힐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기존 1·2·3생활권의 매매가격이 높다 보니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는 신규 분양단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 분양 관계자는 “정부 청사 접근성이 뛰어나고 생활편의시설이 풍부한 2생활권 내 마지막 분양인 만큼 꼭 당첨되고 싶다는 수요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들 단지는 분양가는 3.3㎡ 당 평균 1000만원대다. ‘세종 마스터힐스’가 3.3㎡ 당 1000만원 안팎이고, ‘세종 제일풍경채 위너스카이’가 3.3㎡당 1050만원 정도다. 지난해 말 잇따라 공급된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가(3.3㎡ 당 1040만~11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변 시세가 분양가보다 1~2억원 높게 형성돼 있어 로또 분양이란 얘기가 나온다.세종시 인기주거지역 아파트들은 전용 84㎡ 기준으로 5억원을 훌쩍 넘었다. 2생활권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2017년 입주)’ 전용 84㎡(3층)는 지난 1월 5억2500만원에 실거래됐다. 1생활권 최고가 아파트인 어진동 ‘더샵레이크파크(2013년 입주)’ 전용 84㎡도 지난 3월 5억7500만원에 손바뀜됐다. 1·2생활권 리딩 단지들은 3.3㎡ 당 1700만원을 호가한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그외 단지의 경우 BRT 인근은 평균 1500만원 선, 그렇지 않은 곳은 평균 1200만~1300만원 정도에 매매된다.

분양 중인 ‘세종 마스터힐스’ 전용 84㎡의 공급 가격은 3억~3억8000만원 정도다. 입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1억5000만~2억원 수준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고 있다. C공인 관계자는 “4생활권에서 분양된 ‘캐슬앤파밀리에시티’의 평균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5000만원, 금강변 프리미엄은 2억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세종시 첫 분양 아파트였던 한솔동 일대 첫마을 아파트 분양 가격은 2010년 당시 3.3㎡ 당 평균 640만원 정도였다. 현재 분양가는 7년 전과 비교해 1.7배 가량 뛴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세의 60~70% 밖에 되지 않는다. 분양 가격과 시세 차이가 큰 것은 세종시가 분양가상한제 지역이기 때문이다. 세종시에서는 사업주체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근거로 분양가 심의 산출 자료를 작성해 분양가심의를 신청하면 행복중심복합도시도시건설청이 운영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가 분양가 상한 금액을 결정한다.택지비는 택지개발사업자로부터 실제로 공급받은 토지의 공급 가격을 그대로 반영한다. 건축비는 매년 3월1일과 9월1일 고시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대부분 반영한다. 평균 분양가가 낮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세종시에서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세종시는 설계 공모를 통해서 땅을 공급하기 때문에 디자인을 특화시켜야만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특화 설계까지 반영해야 해서 타 지역보다 규제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시에서 분양을 했던 한 시행사 관계자는 “행복청처럼 강하게 분양가를 억제하는 곳은 처음 봤다”며 “자기들이 분양받을 아파트이다 보니 품질 수준도 최대한 높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공무원을 위한 로또’ 비판도

일각에서는 이전기관 종사자들에게 지나친 특혜를 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세종시는 아파트 분양 시 50%를 세종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에게 특별공급을 통해 우선 분양한다. 특별공급 경쟁률은 일반공급보다 현저히 낮아 당첨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분양한 ‘한신더휴리저브’의 특별공급 경쟁률은 평균 5.35대 1, 1순위 청약 경쟁률은 46.8대 1이었다. 같은 시기 분양한 ‘중흥S클래스센텀뷰아파트’ 역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4대 1로 치열했으나 특별공급 경쟁률은 1.68대 1로 저조했다. 한 세종시 거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공무원 부부가 각각 특공을 받아서 한 채 이상 보유하거나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보고 있다”며 “세종시에 살면서도 분양조차 못받는 시민들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직장을 세종시로 옮긴다고 해서 무조건 2억원짜리 로또를 안겨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세종시에선 연말까지 1500여 가구 규모의 민간 아파트가 추가로 분양될 예정이다. 1-5생활권 H5블록(636가구), 1-1생활권 M8블록(440가구), 1-5생활권 H6블록(465가구) 등에서다. 이 단지들도 3.3㎡ 당 1000만원 안팎의 분양가로 공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행복청 관계자는 “별도로 정해진 분양가 마지노선은 없으며 각 공동주택 별로 가산비를 얼마나 인정받느냐에 따라 분양가 차이가 나게 될 것”이라면서 “3월과 9월 발표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인상된다면 분양가도 어느정도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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