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한 '고해성사'를 사진으로 우린 푸른별을 물려 줄 수 있을까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라는 이명이 붙은 지난해 지구의 평균기온은 14.98도.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이 숫자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온난화를 넘어 펄펄 끓는 열대화 시대를 맞이했다는 뉴스도,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이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도 마찬가지다. 겪어보지 못한 환경 위기는 어렴풋할 뿐이고, 눈앞의 일상은 평온하기 때문이다. 한여름 더위가 짜증스럽긴 해도 에어컨을 틀면 금세 땀을 식힐 수 있는 안락한 생활 속에선 기후 붕괴로 터전을 잃고 생존의 갈림길에 선 사람과 동물의 처연한 현실이 와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진 한 장을 보면 어떨까. 여기 ‘강제 퇴거’라는 이름이 붙은 디오라마(배경에 하나의 장면을 더 만드는 배치) 형식의 작품(사진)이 걸렸다. 전통 복식을 한 나이 든 몽골인 둘이 초원이 그려진 배경판 앞에 서서 현대적인 옷을 입은 한 가족을 바라본다. 가족이 있는 자리엔 온통 모래뿐이다.

이들이 발을 딛고 선 장소는 몽골 초원이다. 다만 나이 든 이들의 초원은 되찾을 수 없는 과거의 초록이 우거진 곳이고, 젊은이들의 초원은 사막화로 생기를 잃은 땅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14.98도란 수치보다 기후 위기가 명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작품을 찍은 사진가 이대성은 이를 “인간의 손이 빚은 비극적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한다.

기후 위기로 한국 인구의 40%에 달하는 사람이 난민으로 내몰리고, 자연의 퍼즐 조각인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을 극적으로 담아낸 사진작가들의 전시회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서울 중구문화재단이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의 미술 전시 공간인 갤러리신당 재개관을 기념해 기획한 특별 사진전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다. ‘지구에 대한 고해성사’로 풀이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랜 시간 환경 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데 천착해온 한국, 독일, 미국, 영국 사진가 5명의 작품 100여 점이 걸렸다.

프로젝트를 총괄한 석재현 예술감독은 “오늘의 작은 고백이 푸른 별 지구에서 다시 살아가기 위한 커다란 희망의 고백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유승목 기자 moki9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