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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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번 학기에 강의하는 과목 중 조직행동론은 흥미있는 과목입니다. 30년 동안 시중은행의 큰 조직에서 여러 역할을 맡아서 일을 했는데, 그 경험을 책의 이론과 더불어서 학생들에게 여러 조언들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 나오는 여러 이론들과 필자가 경험한 것을 실제 사례로 이야기하니 학생들도 이해가 빠릅니다. 필자로서도 '그 때 책의 이론대로 이렇게 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후회도 들면서 학생들을 더 좋은 방향으로 지도할 수 있게 됩니다.

교과 내용 중 '인지적 인색자'란 용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지적 인색자. 인간은 사물에 대한 인식과 인지를 하고 의사결정을 하려고 할 때 극히 적은 정보에만 의지해 재빨리 판단을 한다는 건데요. 여기서 '인색자'를 '구두쇠'로 바꿔도 의미가 동일합니다. 즉 인간은 복잡한 상황에 머리를 써서 노력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싫어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인간은 단순한 의사결정, 복잡한 상황의 의사결정시 뇌의 사용정도가 달라지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복잡하거나 힘들고 시간이 소요되는 결정도 단순하게, 그리고 빨리 결정하려고 하는 비합리성을 발휘합니다.

'오늘 점심 메뉴로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그리 많은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새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할 때에는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수천만원이 드는 자동차, 최소 수억원이 드는 아파트 매입은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여러 검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동차의 경우, 여러 브랜드를 검토하고 배기량, 하이브리드·전기차 여부, 옵션 등 필수 기준에 부합하는지, 차를 언제 인도받을 수 있는 지 등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새 아파트를 사려고 하면, 교통과 학군 등 주변의 여건, 향후 투자성과, 아파트 브랜드, 대출 한도 등 다양한 분석과 현장을 여러번 방문해서 확인하는 발품도 필요합니다.

이처럼 짜장면, 짬뽕을 결정하는 단순한 선택과 자동차와 새 아파트를 구입하는 선택은 소요되는 시간과 검토하는 노력에서 많은 차이가 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인지적 인색자'의 DNA가 있어서 복잡하고 어렵게 선택해야 하는 결정도 단순하고 빨리 결정하려고 합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AI) 등은 모든 사물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저장합니다. 즉 사진처럼 찍어서 보관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필요할 때 저장되어 있는 정보에서 선택한 사항을 콕 집어서 꺼내고 분석합니다. 오차나 에러가 생길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사람의 경우 컴퓨터처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간은 'Peak & End'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즉 과거에서 제일 좋았던 때, 전성기(Peak)를 기억해서 '내가 말이야 한 때는 잘 나갔는데' 하면서 '라떼'를 자주 마십니다. 그리고 최근의 현안(End)을 제일 관심있게 집중하고 기억하려 합니다.

이처럼 복잡하고 시간이 필요한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인간은 쉽고 빠른 판단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뇌의 사용을 줄이고, 한정된 용량의 뇌로 버텨낼 수 있는 것이죠.

자동차를 살 때 최소 한 달 이상의 검토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필자도 단순하고 빨리 결정하고자 하는 '인지적 인색자'의 DNA로 당일에 자동차 구매를 결정한 경험이 있습니다.

10여년 전에 새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딱 1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 안산지역에서 자동차 대출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새 차를 딜러를 통해 구매하면 여러가지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복잡하고 시간을 들여서 결정하는 것보다, 몇가지 조건만 내걸어서 빨리 결정했습니다. 안산에서 제일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는 '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판매 1위 딜러는 OOO, 내가 살 수 있는 차량 가격대는 준중형인 'K5', 추가로 필요한 것은 자동차 색상이었습니다. 배우자에게 무슨 색이 좋은 지 전화로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회색.' 필자가 선택할 항목은 다 정해졌습니다. 계약한 지 3일만에 OOO 딜러로부터 선택한 조건의 차를 인도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더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한 기준으로 빠르게 결정한 것입니다.

자산관리도 그렇습니다. 어렵고 힘들게 모은 목돈은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 여러가지 상품으로 가입해 운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융기관에 맡기면 알아서 잘 해주겠지' 등의 생각을 하면서 추가적인 관리나 노력을 기울이기 싫어합니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 어려운 일에 관심을 더 가지면서 그렇게 맡긴 금융자산관리는 소홀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 자산처럼 관리해주는 금융기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30년 은행생활을 하고, PB팀장 등 자산관리 분야에 오랜 경험을 가진 필자도 정작 자신의 금융자산을 꼼꼼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때로는 귀찮고 번거롭게 생각이 됩니다. 하물며 100~300명 정도의 고객을 관리하는 금융기관 담당자는 어떨까요?

금융기관 직원은 나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 관리해주고, 나의 운용지시를 충실히 실행만 해 줘도 만족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먼저 내가 꼼꼼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관리가 어렵다면 단순하지만 필수적인 아래의 내용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항상 나의 금융자산 관리에 관심을 가지세요. 관심을 가지면 평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입니다. 금리 추이, 환율 변화 등 경제 변수와 나의 자산 포트폴리오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체크하는 것이 자산관리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아무도 믿지 마세요. 세상 그 누구도 나만큼 내 자산 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점을 늘 생각하세요.

셋째 주기적으로 금융기관을 방문하세요. 내가 관심을 가지는 만큼, 금융기관 담당자도 나의 금융자산 관리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1년에 한 번 방문하는 고객,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해 자신의 자산 관리에 관심을 표하는 고객, 당신이 금융기관 직원이라면 어떤 고객의 자산을 더 충실하게 관리하려고 노력할까요. 금융기관 직원을 귀찮게 할수록 나의 금융자산은 녹슬지 않고, 새 구두처럼 반짝일 수 있습니다.

위 세가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절로 잘 되는 것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말을 명심하는 겁니다. 내가 나의 금융자산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하준삼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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