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여수를 다녀왔다. 낯선 곳에서 한 달을 살면 책을 쓰고, 해외에서 몇 년을 살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말도 있기에, 짧은 체류에도 여수 사용설명서라는 다소 도발적인 글을 쓸 수 있으리라. 여수에서의 일주일은 우연처럼 다가왔다. 시작은 행정안전부의 '다시 활짝' 재도전 프로젝트이다. 서울의 50플러스 중장년 10명이 여수의 청년 10명과 함께 멘토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서울에서는 '세컨드투모로우'...
“일주일 정도 집을 떠나야 한다”는 말에 아내는 편안해 보였다. 남쪽 끝 '여수'에서의 일주일을 위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아내는 “잘 쉬다 와”라는 격려의 메시지까지 던져주었다. “가장 좋은 남편은 집에 없는 남편”이라는 명언처럼, 꽤 혼란스러운 시작이다. 나의 사적인 여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행안부)의 '로컬 청년을 위...
우리는 누구나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 누군가로부터 시간의 속박을 받지 않고, 자기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한다. 꽉 짜인 직장인의 일상을 벗어나서, 스스로 선택하여 자유로운 일상의 사장이 되는 자영업의 실상은 어떠한가? 자영업은 1990년대 후반의 IMF를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IMF 이전에는 자영업자와 직장인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IMF 이후 힘들어진 직장인들이 자영업의 세계로 들어서...
조선 시대에도 '행복(幸福)'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을까? “행복”은 한자로 다행 행(幸), 복 복(福)의 의미이다. 즉, '우연히 들어온 복'이라는 의미인데, 열심히 노력하여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느낌의 행운이다. 요즘으로 말하면 '로또'와 비슷한 뜻이다. 사실 '행복'은 영어의 'happiness'가 네덜란드를 통하여 일본에 유입되어...
북촌에 투숙하고 있는 외국인에게 물어보았다. Q) 왜 한옥이 좋은지요? A) “적당히 불편해서”요. 우리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아파트와 같이 익숙한 환경에서 한 번쯤 일탈을 꿈꾼다. 새로운 휴식처가 우리에게 한옥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적당함'의 한계를 넘어서는 한옥을 만나면 그 경험이 잊고 싶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마다 한옥마을을 많이 만들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올 여름의 마지막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뒤늦은 태풍 소식에 집을 나선 발걸음이 무겁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시작된 역병은 해를 넘겨서도 불안한 소식만 전해져온다. 여름의 끝자락에 강원도 영월로 길을 나선다. 주천면 고가옥길 27, '조견당' 서울에서 제천까지 KTX로 1시간, 제천에서 조견당까지 자동차로 20km 남짓하다. 마침 열차 내에 있는 잡지도 '영월'을 소개하고 있다. 가볼만한 곳으로 연당원, 김...
우리 동네 ‘프랜차이즈 빵집“이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집“으로 바뀌었다. 비슷한 빵집 프랜차이즈가 가까이에 있어서, 경쟁으로 많이 힘들어하였다. 빵집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 알바를 고용하였는데, 장사가 힘들어지면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보통은 부부가 번갈아 가면서 가게를 지키는데, 사장님이 독신이어서 누군가가 대신할 수는 없었다. 저녁 늦게 빵을 사러 오는 고객은 없고, 사장님 혼자서...
외국 관광객들이 유럽을 여행하면 스페인과 터키를 많이 찾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 국가들의 공통점은 로마의 역사를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고대나 중세사는 같은 역사 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다. 만약 로마 문명만을 경험하고 싶다면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유럽의 어느 나라도 이탈리아만큼 진정한 로마제국을 느끼게 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페인과 터키는 다르다. 로마와 이슬람 문명이 혼재되어있어 문화적 독특함이...
앗살람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며칠 전 흥미로운 교육에 참여하였다. 마포의 서울창업허브에서 실시한 “할랄 친화 관광 코디네이터 과정”이다. 이슬람이라는 선입관 때문인지, 참석자들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을 포함하여 약 40여 명이 5일 동안 참석한 꽤 규모가 있는 교육이었다. 관광, 음식, 숙박 및 비즈니스까지의 할랄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
하루종일 유리장만 딱는다. 터키 이스탄불의 하루 일상이다. 필자는 터키에서 4년간 해외 주재생활을 한 적이 있다. 한국보다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주재원들이 출퇴근 가사 도우미를 두는 경우가 많다. 가사 도우미의 하루는 한국과는 다르다. 일을 시작하면서 유리창을 딱고, 일하는 시간의 절반을 유리창만 딱는다. 그들의 설명은 “유리창으로 복(福)이 들어오기에,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한다. 한국은 터키와는 다르다. ...
경북 예천을 다녀왔다. 백두대간 인문답사지로 경북의 고택을 둘러보는 기행이었다. 아내 없이 혼자서 떠난 답사이다. 흔히 예천을 양궁의 고장으로 알고 있지만, 신라시대의 자료에도 지명이 보이는 오래된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서울의 반이라고 하여, “반(半) 서울”로 불리기도 하였다. 예천 가까이에 가면 병암정(屛巖亭)을 들러보길 권한다. 큰길에서 멀지 않은 곳, 풍광이 아름다운 병암산 천연 암벽 위에 거대한 규모의 정자가 있다. 여름철에는 수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