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등기 아닌 순위보전을 위한 선순위가등기가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 등재되어 있는 경우, 즉 최선순위권리일 경우에는 낙찰 이후에 직권말소되지 않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선순위가등기로 인해 자칫 취득한 소유권을 상실할 수도 있는 처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순위라고 하더라도 등재가 된 지 10년이 넘은 가등기인 경우에는 입찰과정에서 다소 긴장을 늦추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또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크게 매매예약(豫約)을 원인으로 하는 것과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것으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어느 경우이건간에 담보가등기가 아니라고 한다면 양자 모두 (소유권이전청구권의) 순위를 보전하기 위한 가등기라고 할 수 있는데, 두 개념을 구분하는 이유는 어느 원인에 따라 가등기가 이루어졌느냐에 따라서 관련 법리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쉽게 하는 차원에서 익숙한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부터 진행해보기로 한다.
예를 들어서, 甲과 乙이 토지를 10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체결시에 계약금으로 1억원을 수수하고, 나머지 9억원은 1년 후에 지급하면서 이전등기를 마치기로 약속했다고 하자. 모름지기 부동산거래는 계약체결 뿐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되어야만 완결될 수 있는데, 위 사례의 경우에는 계약금만 수수된 채로 장기간 매도인명의로 남게 되어 자칫 매도인의 채권자로부터 (가)압류 집행이 되는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이전등기에 앞서 매수인을 가등기권자로 해서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해두게 되는데, 이미 매매계약이 체결된 상태라는 점에서 등기부상의 등기원인은 “매매계약”으로 표시된다.
한편, 매매예약은 아직 계약체결의 상태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장래에 체결될 것으로 미리 예정하는 개념으로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경우와 달리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해 당장은 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지 못하지만, 추후 매매계약을 완성할 수 있는 권리인 예약완결권(豫約完結權)이 행사되면 완전히 매매계약의 효력이 발생하면서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매수인은 대금지급의무를 부담하는 등 매매계약의 이행단계에 돌입하게 된다.
★민법 제564조(매매의 일방예약) ① 매매의 일방예약은 상대방이 매매를 완결할 의사를 표시하는 때에 매매의 효력이 생긴다.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예약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매매완결여부의 확답을 상대방에게 최고할 수 있다.③ 예약자가 전항의 기간내에 확답을 받지 못한 때에는 예약은 그 효력을 잃는다.
실무상으로는 매매계약 보다는 매매예약이 등기부상의 등기원인으로 표시된 경우가 훨씬 많다. 이는 매매예약이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전 단계에서 “예약”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뿐 아니라, 금전대여에 따른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리고 만약 일정기한 동안 변제하지 못하면 채무자 소유의 토지로 대신 갚는다는 취지로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에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채권자가 가등기를 하는 식이다. 결국,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는 등기원인의 표시만으로는 채권담보를 위한 담보가등기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매매계약체결의 전 단계인 것인지 알 수 없어 경매에서 낙찰을 고려하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 한편, 이런 유사한 용도로 대물변제(代物辨濟)예약에 기한 가등기라는 것도 활용되는데 기능상으로 볼 때 채권담보목적으로 하는 매매예약 가등기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물변제예약를 등기원인으로 한 가등기는 그 개념 자체로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가 아니라 담보가등기로 파악될 가능성이 높아서 혼란은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지 않은 개념을 굳이 정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가등기가 말소될 수 있는 법리적인 논리와 말소가능성이라는 면에서 크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매매계약에 기한 가등기는 이미 계약이 체결된 상태라는 점에서 그 후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는지 아니면 장기간에 걸쳐 권리행사를 하지 못해 이전등기청구권이 10년 시효로 소멸해버렸는지와 같은 측면에서 가등기말소가 검토되어진다. 반면에, 매매예약에 기한 가등기는 매매예약의 단계에서는 완전한 계약이 성립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예약 이후에 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 내에 제대로 행사되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순서이고, 만약 적법한 완결권 행사로 인해 계약으로서 성립되었다면 그 다음에서야 위에서 본 계약의 해제여부, 소멸시효기간 도과 여부가 검토될 수 있다. 먼저,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 말소가 쟁점이 된 사례를 살펴보자.

★대법원 1991.3.12. 선고 90다카27570 판결 【가등기말소등기등】 가. 토지를 매수하여 그 명의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경료하고 그 토지 상에 타인이 건물 등을 축조하여 점유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지상권을 설정하였다면 이는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가 이루어질 경우 그 부동산의 실질적인 이용가치를 유지 확보할 목적으로 전소유자에 의한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고 그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면 그 가등기와 함께 경료된 위 지상권 또한 그 목적을 잃어 소멸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나. 가등기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면 그 가등기 이후에 그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는 그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그 가등기권자에 대하여 본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주장하여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매매계약이 아닌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가등기 말소가 쟁점이 된 사례이다.
매매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아닌 예약완결권의 행사가 일정한 제척기간 내에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가등기말소를 좌우하는 쟁점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드물게는 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 도과 전에 행사되어 매매계약이 성립됨으로 인해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청구권이 10년의 시효로 소멸하는지 여부까지 쟁점이 된 사안도 있다.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26425 판결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말소등기】 【판결요지】 [1] 매매의 일방예약에서 예약자의 상대방이 매매예약 완결의 의사표시를 하여 매매의 효력을 생기게 하는 권리, 즉 매매예약의 완결권은 일종의 형성권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그 행사기간을 약정한 때에는 그 기간 내에, 그러한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예약이 성립한 때로부터 10년 내에 이를 행사하여야 하고, 그 기간을 지난 때에는 예약 완결권은 제척기간의 경과로 인하여 소멸한다.[2]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소멸시효와 같이 기간의 중단이 있을 수 없다.【이유】 상고이유를 본다.<중략>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원고가 1979. 8. 23. 피고 이택형, 소외 망 이광석, 소외 유명규와 사이에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매매예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9. 7. 위 3인 앞으로 위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를 경료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위 매매예약완결권은 위 예약일인 1979. 8. 23.부터 10년이 되는 1989. 8. 23.이 경과함으로써 그 제척기간이 경과되어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제척기간은 기간의 중단이 있을 수 없으므로, 비록 원고가 1989. 7. 28. 피고 이택형, 소외 망 이광석에게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그들의 지분을 인정하는 합의각서를 작성하여 준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매매예약완결권은 위 예약일인 1979. 8. 23.부터 10년이 되는 1989. 8. 23.이 경과함으로써 그 제척기간이 경과되어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대법원 1995. 11. 10. 선고 94다22682호 제척기간은 권리자로 하여금 당해 권리를 신속하게행사하도록 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는데 그 제도의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소멸시효가 일정한 기간의 경과와 권리의 불행사라는 사정에 의하여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과는 달리 그 기간의 경과 자체만으로 곧 권리소멸의 효과를 가져오게하는 것이므로 그 기간 진행의 기산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권리가 발생한 때이고, 당사자 사이에 매매예약완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특별히 약정한 경우에도 그 제척기간은 당초 권리의 발생일로부터 10년간의 기간이 경과하면 만료되는 것이지 그 기간을 넘어서 그 약정에 따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로 연장된다고 볼 수 없다.
☞ 당사자 사이에 매매예약완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기를 특별히 약정한 경우에 제척기간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로 보는 학설이 있지만, 판례는 이 경우에도 제척기간은 당초 권리의 발생일로부터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당사자간에 매매예약완결권 행사시기를 얼마로 약정하였는지 불문하고 최장 제척기간은 매매예약일로부터 10년이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08. 12. 2.선고 2008나4260 가등기말소
☞부동산에 대하여 설정된 가등기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거나 제척기간도과 등을 이유로 부동산소유자의 채권자가 채무자인 부동산소유자를 대위하여 가등기의 말소를 청구한 사안<중략>
-- 나. 이 사건 매매예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지 여부 살피건대, 원고는 이 사건 매매예약이 통정허위표시라는 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정허위표시에 관한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있음에 비추어 이 사건 매매예약 이후 약 14년이 경과한 현재 피고가 이 사건 매매예약에서 정한 대금을 최00에게 지급하였다는 점에 관한 금융자료가 다소 부족하다거나, 원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가 최00의 매형이고, 이 사건 매매예약 당시 최00이 조흥은행을 비롯한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는 점, 피고가 이 사건 건물에 관하여 장기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았다는 점들만으로는 이 사건 매매예약이 통정허위표시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다. 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 도과로 소멸하였는지 여부 살피건대, 피고와 최00이 이 사건 매매예약에서 정한 예약완결일인 1994. 9. 29.이 경과한 경우 피고로부터 별도의 예약완결권 행사에 관한 의사표시가 없더라도 이 사건 매매예약이 완결된 것으로 보기로 약정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것과 같은바, 피고의 예약완결권이 제척기간이 경과됨으로써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도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는지 여부 피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이 사건 매매예약이 완결된 1994. 9. 29.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할 것이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최00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인도받아 이 사건 건물을 간접점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부동산을 매수한 사람이 목적부동산을 인도받은 경우에는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그 부동산에 대한 점유가 계속되는 한 시효로 소멸하지 아니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점유에는 직접점유뿐 아니라 간접점유도 포함된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0. 7. 28. 선고 2000다12037 판결, 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28468 판결 등 참조), ---를 종합하면, 피고는 자신이 매수한 이 사건 건물을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처남인 최00으로부터 인도받아 최00으로 하여금 사용·관리하게 함으로써 최00의 점유를 매개로 이 사건 토지를 간접점유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에 따라 피고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있고,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결국, 종합해서 정리해보면 10년 이상된 선순위 (순위보전을 위한) 가등기있는 경매물건의 낙찰을 고려함에 있어서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 사실상 가등기된 원인관계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지 않았는지, 아니면 시효나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방법은 당연히 가등기권자 등 이해관계인을 직접 탐문하는 것이지만, 관련증거제출을 강제할 수 없는 경매절차의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가등기권자가 채무자와 함께 통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증거수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관련 하급심 판결을 검색해 보는 방법이 실체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해당 가등기에 관한 본(안) 재판이 있었는지,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한 판결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미 본안판결로 권리관계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등기부상에는 이런 본 재판 결과가 반영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급심 판결검색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법원 도서관 특별열람실 1곳에서만 가능하며, 가등기권자, 소유자, 지번 등의 관련검색어로 검색하면, 관련판결 선고 여부와 판결전문을 상세히 검색할 수 있다.
또, 경매실무 경험으로 볼 때 오랜 기간이 경과된 가등기의 경우에는 시효나 제척기간이 아니더라도 이미 권리관계가 정리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유효한 가등기권자라면 향후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자신의 권리관계를 경매법원에 밝히는 것이 일반적인 심리라고 본다면, 법원으로부터 가등기에 관한 석명요구를 받고도 (경매이해관계인과 모종의 통모 때문에) 가등기권자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면, 가등기가 이미 소멸한 것이 아닌지 강하게 의심해 볼 수 있다는 점 등도 판단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된 가등기라고 하더라도 무작정 소멸되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앞서 소개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12. 2.선고 2008나4260 가등기말소 판결사안과 같이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거나 소멸시효가 중단되는 등의 예외적인 사유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수 있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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