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는 기본적으로 거액이 소요되는 점에서 거래시 법률자문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다.
다음은, 법률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아 큰 낭패를 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상담하는 필자로서도 마음이 안타까워서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사례다.
의뢰인 갑은 충북에 소재한 토지를 아파트시행사업자인 모 기관에 95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내용은, 계약금 9억원으로 하고 일정기간 후에 중도금, 잔금을 받는 내용인데, 계약금 자체가 워낙 거액이어서 계약당일에는 계약금 중에서 2억원만이 지급되고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은 5일 후에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계약체결 직후부터 갑은 ‘너무 저렴하게 매도했다’는 생각에 고민하다가, 급기야 계약체결 다음날 ‘지급받은 계약금 2억원의 2배인 4억원을 바로 지급하겠다’는 해약의 의사표시를 매수자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통해서 보내게 되었다. 그 후 해약이 제대로 정확하게 된 것인지 마음이 놓이지 않은 갑은 그 이튿날 다시 또 동일한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면서, 이번에는 4억원이 입금된 갑의 통장사본을 내용증명우편에 첨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자는 이러한 갑의 해약을 인정하지 않은채, 약정한 나머지 계약금지급기일에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을 갑의 구좌로 송금하여 총 9억원의 계약금이 지급되어버렸다.
그 후 갑은 계약의 해약을 주장하면서 중도금, 잔금의 수령과 이전등기절차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하게 되었고, 결국 매수자는 매도자인 갑이 매매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제되었다면서, 계약서상에 약정되어 있는 위약자에 대한 계약금 2배 상당의 위약금 지급조항을 근거로 갑을 상대로 18억원(9억원 *2)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몇 개월에 걸친 재판끝에 담당재판부는 매도자 갑에게 총 13억원(계약금 9억원 + 위약금조 4억원)의 금액을 지급하고 계약을 무효로 하는 취지의 화해권고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갑은 당시에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한 상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정안을 수긍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필자의 법률사무소를 방문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접한 필자는 ‘우리 국민들에게 법률사무소의 문턱이 아직도 이렇게 높은가?’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계약은, 대금자체가 워낙 거액이기 때문에 매매계약서 작성 당시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큰 사건이었다. 더구나 해약을 염두에 두고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즉시 정확한 변호사의 자문을 구했어야 했는데, 갑은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사건검토 결과, 이 사건은 매도자인 의뢰인이 해약절차를 적법하게 밟지 못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약절차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이 사건과 같이 계약금이 전부 지급되지 않고 일부만이 지급된 단계에서 계약금액수가 얼마인지를 먼저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보자면,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이 입금되기 이전에는 해약할 때 기준이 되는 계약금액수는 9억원이 아니라 2억원이다. 요물(要物)계약인 계약금계약의 성격상, 현실로 지급된 계약금만이 해약할 때의 계약금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갑으로서는 나머지 계약금이 지급되기 이전에는 2억원의 배액인 4억원을 이행제공하고 임의로 해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갑이 취한 해약절차가 결과적으로 적법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매도자인 갑이 적법하게 해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계약금의 2배를 지급하고서 해약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매수자에게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금의 2배가 상대방인 매수자에게 현실적으로 제공되어져야 한다. 그러나, 갑의 경우에는 이러한 계약금2배의 이행제공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였다.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이 입금되기 이전 단계에서, 최초의 내용증명우편을 통해서는 해약의 의사표시만이 되었을 뿐이고, 곧이은 두 번째 내용증명우편을 통해서는 4억원이 입금된 매도자의 통장사본을 첨부하기는 하였지만 이러한 절차만으로는 이행제공을 다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이행제공”이란, 상대방이 수령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으로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변제공탁을 하는 방법인데, 돈이 입금된 매도자의 통장사본을 확인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수령할 수 있는 이행제공을 했다고는 부족했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통장사본을 첨부하는 것과 같은 이런 식의 미진한 조치가 주변에 같은 교회에 다니는 변호사의 자문을 통해서 취해진 것이라는데 있었다. 비용을 지불하고 정식으로 자문한 것이 아니라 사적인 친분관계로 자문을 해 주다보니 정확하지 못한 자문이 되어버린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률가의 자문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매도자 갑으로서는,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이 입금되기 이전에 적법한 해약절차를 밟지 못하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 매매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지 상태에서 나머지 계약금 7억원이 입금됨으로써 결국 수수된 계약금액이 9억원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향후 해약이나 위약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계약금은 2억원이 아니라 9억원이 되어버려서, 매도자 갑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매수자가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이 사건에서 매도자 갑으로서는 원칙적으로 총 18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물론, 민법상 위약금감액조항에 따라 감액받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따라서, 법원이 화해권고한 13억원의 금액은 매도자 갑이 법적으로 판결받았을 때의 금액보다는 훨씬 유리한 것으로 판단되어서 필자로서는 재판부의 화해권고를 수용할 것을 갑에게 권유하였다.
필자의 이런 설명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워 하는 의뢰인 갑의 표정을, 필자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정확한 자문을 받지 못한 실수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후회 때문에 의뢰인은 너무나 아쉬워했다.
이러한 단적인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다 큰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법적인 자문에 보다 친숙해지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실, 비용도 크게 걱정할 것이 못된다. 대부분의 법률사무소가 상담이나 자문 그 자체에 대해서는 무료이거나 소정의 적은 자문료만을 받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이메일 법률상담도 여러 싸이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률사무소를 어려워하고 송사가 생긴 후에야 법률사무소를 방문하게 되는 그동안의 우리의 잘못된 고정관념인 것이다. -이상-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