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7.말경에 선고된 서울 남부지방법원의 판결 하나가 여러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임대차계약체결을 중개한 중개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인데, 사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모 사기범은 임대인과 월세 계약을 체결하면서 알게 된 임대인의 신분을 이용해서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후, 마치 자기가 임대인 본인인 것처럼 행사하면서 그 집을 전세임대하는 것으로 중개업소에 내놓고 이를 알지 못한 중개업소를 속여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채 도망을 가버렸고, 결국 임대차보증금을 손해 보게 된 임차인이 중개업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게 된 사안이다.

이 남부지방법원 판결은, 부동산거래에서 부동산을 처분하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함에 있어 중개업자가 어느 정도까지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을 하고 있다는 점에 중대한 의미가 있다. 종전까지의 법원판단은 거의 대부분 “매매”사기에 관한 사례에 집중되어왔다. 즉, 법원은 부동산등기부등본상의 소유자의 신분증이나 등기권리증을 위조한 사기범행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중개업자에게 책임한계를 판단함에 있어, ‘중개업자는 매도자가 부동산소유자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등기권리증까지 소지하고 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고,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의 확인은 잔금지급시가 아니라 계약을 체결할 시점부터 제대로 해야한다’고 판단해 왔었다.
반면, 이 번 사건과 같이 “임대차”계약에 있어 임대인의 신분을 위조한 사기범행에 있어서, 중개업자가 임대인의 신분을 확인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해야하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판단되지 않고 있다가, 이 번 판결을 통해 첫 판단을 받게 되는 점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즉, 중개업자가 중개한 계약이 매매계약이 아니라 임대차계약인 경우에도 매매계약에서 그동안 법원이 판단해 오던 “계약체결 당시부터 권리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등기권리증 확인의무”가 그대로 적용될지 하는 것이 쟁점이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수차례의 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에서 계약체결 당시부터 매도인에게 등기권리증을 지참하고 나오라고 냉정(?)하게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중개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계약체결 당시부터 매도인의 등기권리증 소지여부의 확인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중개업계 현실이었다. 그런데, 매매계약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비중이 적은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매매계약에서와 동일한 잣대로 임대인의 신분확인을 위해서 임대차계약 당시부터 신분증 이외에 등기권리증과 같은 서류확인을 추가로 필요하다는 법원의 판단은 중개업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 번 판결은 바로 이러한 점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첫 자리부터 임대인에게 등기권리증을 소지해 달라고 요구해야하는 “현실”을 중개업계로서는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이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금액의 다소에 불구하고 임대차계약체결시부터 임대인의 등기권리증까지 확인해야하는 부담이 중개업자에게 발생하는 것이다. 향후 이 판결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사는, 이 사건의 의미를 매매계약에서의 중개업자 과실 60%보다 임대차계약에서 80%로 상향 인정하여 중개업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다고 전혀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 매매계약에서 매도자의 신분확인을 제대로 하지 못한 중개업자의 책임범위에 관해서는 종전부터 “80%” 정도가 법원의 대체적인 판단이었고, 이 번 기사들에서 언급하고 있는 2004년 7월경 중앙지법의 판결에서 중개업자 과실 60%사건은 나름대로 사안이 특수하다는 점에서 중개업자의 과실을 약간 하향조정한 사안이었는데, 일부 기사들은 매매사건에서는 마치 중개업자의 과실이 보편적으로 60%인 양 잘못 보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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