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를 오인하여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부동산을 매도하였다고 하더라도 일단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시키거나 취소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이런 경우에 불공정한 법률행위를 주장하거나 사기,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취소로 구성하여 재판하게 되지만, 판례상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 대법원 2001. 7. 13. 선고 99다38583 판결 [손해배상(기)]
일반적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서로 자기가 소유하는 교환 목적물은 고가로 평가하고, 상대방이 소유하는 목적물은 염가로 평가하여,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기를 희망하는 이해상반의 지위에 있고,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방 당사자가 자기가 소유하는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허위로 시가보다 높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0다54406,54413 판결[소유권말소등기등·손해배상(기)등]
[1]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 당사자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면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일반적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려는 당사자는 서로 자기가 소유하는 교환 목적물은 고가로 평가하고 상대방이 소유하는 목적물은 염가로 평가하여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교환계약을 체결하기를 희망하는 이해 상반의 지위에 있고 각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이용하여 최대한으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당사자 일방이 알고 있는 정보를 상대방에게 사실대로 고지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주의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느 일방이 교환 목적물의 시가나 그 가액 결정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상대방에게 설명 내지 고지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고, 일방 당사자가 자기가 소유하는 목적물의 시가를 묵비하여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거나 혹은 허위로 시가보다 높은 가액을 시가라고 고지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불법적인 간섭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에서 소개하는 사례는, 토지를 시세에 비해 약 40% 낮은 금액에 처분하게 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매도인이 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거부하자, 매수인으로부터 이전등기청구의 소송이 제기된 사건이다.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 착오 취소가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지만, 1심에서는 ‘여전히 계약은 유효하고 따라서 매도인은 이전등기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필자는, 다른 소송대리인을 통해 진행된 1심 재판에서 패소한 의뢰인인 피고로부터 항소심 사건을 수임하게 되었다.
항소심 수임 이후 사건기록 검토 결과, 계약에 따른 이전등기를 주장하는 원고 청구에 대해 피고는 ‘당초 하천예정부지였던 이 사건 매매 부동산이 계약체결 당시에는 하천예정부지에서 해제된 상태였는데도, 중개업자와 매수인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의 매도인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고서 시세보다 약 40%나 낮은 금액에 팔게 하였다는 점에서, 법리상 불공정한 법률행위, 사기, 착오 취소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항변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개업자나 매수인의 악의에 대한 입증도 여의치 않았을 뿐 아니라, 앞서 본 대법원 판례 이론하에서 시세에 대한 오판을 이유로 이미 체결된 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판단받기란 매우 어려워보였다. 비록 의뢰인이 시세에 어두운 노인이고 매수인으로부터 정확한 사실을 고지받지 못한 채 토지를 헐값에 처분하게 되어 “보호가치” 면에서는 의뢰인이 보호받아야 할 사안으로 보이지만, 일단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는 함부로 그 효력을 부정하려는 시도는 좀처럼 허용치 않는 판례라는 현실을 넘기란 쉽지 않았다. 의뢰인의 1심 재판 패소는 적어도 법리적으로는 이상할 것이 없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의 승소를 위해서는 “시세 오인”에 머물러 있던 1심 재판 주장에서 탈피한 다른 이론구성이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첫 번째 항소심 재판 기일이 시작되도록 뾰족한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항소심 재판 과정의 초반부는 우려했던 대로 불리하게 전개되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항소심 과정에서 새로이 알게 된 사실 즉, 이 사건 중개업자 김00가 매수인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의 악의를 강조하면서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등으로 관련자를 형사고소하기도 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1심에서 주장된 “시세 오인”이라는 구조인지라, 분위기 반전에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 가면 항소심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컸고, 따라서 뭔가 상황을 새롭게 반전시킬 만한 새로운 논리가 필요했는데, 이때 필자의 머리를 스쳐간 것이 “명의신탁”의 법리였다. 이 사건 매매대금 315,000,000원 중 계약금 30,000,000원은 매수인인 원고에 의해 송금이 이루어졌지만, 반면 잔금 285,000,000원은 원고가 아닌 유00의 명의로 피고에게 송금된 점에서 “명의신탁” 이론에 착안하였다. 1심 소송대리인은 이를 단순히 미등기전매의 시도로 바라보았지만, 미등기전매라고 하더라도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계약무효로 판단될 수 있는 명의신탁으로 사안을 새롭게 구성해 본 것이다. 즉, 비록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 명의는 원고(중개업자의 부인)이지만 실제 매수 당사자는 잔금 송금자인 유00가 아닐까? 다시 말하면, 이들이 명의신탁 약정을 체결하고서 이 사실을 알지 못한 피고와 이 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구성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만약 필자의 의문이 사실이라면,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이고 현행법상 보호받을 수 없는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염두에 두고서 상대방에 대한 석명과 함께 진실규명을 위한 형사고소까지 진행하였다.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은 이런 새로운 이론구성을 크게 의식하지 못한 때문인지, 미등기전매가 아니라는 점을 방어하는 데 급급하면서 실제 매수자는 원고가 아니라 유00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로 답변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주장의 큰 틀은 마련했지만, 마지막까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명의신탁 이론의 구조에서 보면, 이 사건은 명의신탁자인 유00를 대신하여 수탁자인 원고가 의뢰인인 매도인과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에서 계약명의신탁 유형에 해당되는데, 문제는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인지 여부를 매도인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따라 완전히 법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도인의 선악이 이 사건의 관건이 된다. 즉, 매도인인 의뢰인이 악의이면 부동산실명법의 원칙에 따라 매도인과 매수인 간, 즉 이 사건 원피고 간 매매계약이 무효이지만, 반대로 매도인이 선의이면 이 사건 매매계약이 유효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계약 효력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의뢰인으로서는 “악의”를 주장할 필요가 있다.



★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명의신탁약정의 효력)
①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한다.
②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의 경우 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 문제에 대해 의뢰인이 알지 못했지만, 분쟁이 되면서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비로소 명의신탁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런 경우의 매도인의 인식을 “선의”로 보아야하는지, “악의”로 보아야하는지가 논란이 될 수 있었다. 명의신탁에 관한 저술 경험까지 있는 필자였지만 이 쟁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선례를 본 적이 없었다. 결국, 유리한 사례를 찾기 위해 대법원 도서관까지 직접 방문한 끝에, 이 점에 관한 대법원 판단은 아직 없었고, 하급심 판결도 단 1건, 다행히도 의뢰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유리한 취지의 판결을 검색할 수 있었다. 그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의정부지방법원 2015. 4. 28.선고 2014노2459 배임미수
☞ 피고인 소유의 부동산에 대한 첫 번째 매매계약이 체결되고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동산에 대해 피고인이 다른 사람과 두 번째 매매계약을 체결하고서 중도금 이상을 수령하고 가등기까지 설정해주면서 배임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원은 첫 번째 매매계약을 계약명의신탁으로 인정한 다음 매도인의 선악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함
--한편,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부터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2011. 5. 23.경 피고인에게 중도금을 지급하면서 제1 매매계약의 매수인이 본인임을 밝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의 위 진술에 의할 때, 피고인은 위와 같이 피해자로부터 중도금 500만 원을 지급받으면서는 “피해자와 이△△ 외 2인이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맺고 제1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이 시점에 피해자와 이△△ 외 2인 사이에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체결된 사실을 알고 있는 악의의 매도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피해자와 이△△ 외 2인의 명의신탁약정은「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제4조 제1항에 따라 무효이고, 장차 위와 같이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이루어질 물권변동 또한 위 법 제2항에 본문에 따라 무효일 것이므로, 피고인과 이△△ 외 2인 사이에 체결된 제1 매매계약 또한 무효이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는바, 이와 결론이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판결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록 구체적인 이유는 설시되지 않았지만,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을 알지 못하였더라도 이행이 완결되기 이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매도인의 “악의”로 보고 계약은 “무효”로 판단되어져야 한다는 결론인 것이다. 이 판결을 항소심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며칠 전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피고인 우리 측 승소, 즉 피고에게 이전등기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1심판결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판결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앞서, 항소심 판결 전문을 먼저 소개한다.



★ 서울고등법원 2017. 5. 24. 선고 2016나2053679 소유권이전등기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관계

⑴ 원고는, 남양주시에서 “000공인중개사사무소”라는 상호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00의 처이다.
⑵ 피고는 2001. 8. 25. 남양주시 00동 000-10 답 300㎡, 같은 동 000-3 답 1,434㎡(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이다.
나.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이용규제상황
이 사건 각 토지는 경기도지사가 “일패천”이라는 하천으로 조성할 예정인 구역에 포함되어 구 하천법에 의하여 하천예정지로 지정되고 2005. 4. 11. 경기도 고시 제5028호로 그 계획이 고시되었다가, 2014. 11.경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었다.
다. 매매계약의 체결 및 매매대금의 지급
⑴ 피고는 2015. 4. 14. 김00이 운영하는 위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 원고로부터 매매계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김00과 사이에, 원고가 김00의 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315,000,000원에 매도하고, 원고로부터 계약금 30,000,000원을 계약시에, 잔금 285,000,000원을 2015. 8. 31.에 각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⑵ 피고는 피고의 계좌로, 2015. 4. 17. 계약금으로 30,000,000원을, 2015. 11. 20. 잔금으로 285,000,000원을 송금받았다.
라. 이 사건 각 토지의 2015. 4. 14. 당시의 시가
2014. 11.경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된 이 사건 각 토지의 2015. 4. 14. 당시의 시가는 506,202,000원이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⑴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즉, 이 사건 각 토지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미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어 평당 100만 원 이상의 고가에 거래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75세의 고령인 피고의 경솔 및 무경험을 이용하여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각 토지를 시가보다 약 40% 낮은 액수인 평당 약 60만 원으로 매도하도록 하였으므로,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
⑵ 원고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중개인 김00은 이 사건 각 토지가 2014. 11.경 이미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었음을 알면서도 피고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하지 아니하여 피고로 하여금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하도록 하였는바, 이 사건 매매계약상 피고의 매도의 의사표시는 원고와 동일시할 수 있는 김00의 기망에 의한 것이므로, 민법 제110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취소한다.
⑶ 피고는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부지 및 하천예정지에 속해있어 주변의 다른 토지들에 비하여 시가가 낮다는 착오에 빠져 계약 체결의 의사표시를 하였고, 이는 원고와 동일시할 수 있는 김00에 의하여 유발된 것이거나 원고와 피고 모두 공통된 착오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와 같은 착오가 없었더라면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평당 60만 원에 매도하는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매매계약상 피고의 매도의 의사표시는 중요부분에 착오가 존재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민법 제109조 제1항에 의하여 이를 취소한다.
⑷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제 매수인은 원고가 아니라 유00인데, 원고가 유00과 명의신탁약정을 맺고서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등기를 이전하여 주기 이전에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알게 된 이상,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여 준다고 하더라도 그 물권변동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효력이 없는지 여부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고, 주관적으로 그와 같이 균형을 잃은 거래가 피해 당사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하여 이루어진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약자적 지위에 있는 자의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을 이용한 폭리행위를 규제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피해 당사자가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그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거나 또는 객관적으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민법 제104조에 규정된 불공정 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매대금이 315,000,000원인데,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각 토지의 시가가 506,202,000원으로서, 이 사건 각 토지의 매매대금이 이 사건 각 토지의 시가보다 약 40% 정도 낮은 금액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기는 하나, 을 제11호증의 1, 갑 제9호증의 각 기재, 갑 제4호증의 1, 2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 토지는 지상에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는 답으로서, 부동산거래시장에서 보편적으로 형성된 시가가 존재하는 아파트 등과 같은 부동산들보다는, 거래당사자들 사이의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매매대금의 액수가 달라질 수 있는 폭이 큰 부동산인 점, ② 피고는 2001.에 노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였다가, 2015.경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하여, 75세가 넘은 자신과 남편의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창고를 지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토지를 구입하려고 계획하고 있어, 2015.경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할 만한 구체적인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바와 같은 정도로 이 사건 각 토지의 시가와 매매대금이 차이가 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각 토지의 매매대금과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제의 가치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에서의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매매계약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먼저 원고를 대신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한 김00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적극적으로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라고 거짓말하였는지에 대하여 본다.
을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①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00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주장하는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에 매도인인 피고에게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제공하였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 사실, ②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김00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주장하는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은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기 이전인 2014. 9. 4. 발급된 것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 갑 제5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및 당심 법원의 남양주시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 이 사건 각 토지가 2005. 4. 11. 하천예정지로 지정되고 나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법에 의한 하천예정지라는 사정이 기재되었고,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하천, 유수지, 방화설비 등”이 방재시설로 관리되어야 하므로 하천예정지 지정계획에 따른 하천예정지선에 맞추어 방재시설선이 그려진 사실, ㉯ 이 사건 각 토지가 2014. 11.경 하천예정지 지정에서 해제됨에 따라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법에 의한 하천예정지라는 기재는 삭제되었으나,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 전날인 2015. 4. 13. 발급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도 방재시설선은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 ㉯항 기재와 같은 사실들에다가 갑 제11호증의 1, 을 제8호증의 기재를 종합하여 볼 때, 앞서 인정한 ①, ②항 기재와 같은 사실들 및 을 제12호증의 1, 2의 각 기재만으로는 김00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이와 달리 거짓말을 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매매계약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피고가 주장하는 착오는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로 여전히 지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으로서, 이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아니라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상 매도대금을 결정하는데에 대한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고, 의사표시의 동기에 착오가 있는 경우, 이를 이유로 민법 제109조에 의하여 계약을 취소하려면, ① 당사자 사이에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아 그것이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해당하고 그 동기가 의사표시의 상대방에게 표시된 경우이거나(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참조), ② 적어도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1994. 6. 10. 선고 93다24810 판결 참조).
그런데 ① 을 제1호증의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위와 같은 동기를 매도대금 결정의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아 위 동기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있어 중요한 부분에 해당하고 그 동기가 원고에게 표시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② 나아가 을 제8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김00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구역이고 방재시설선이 표기되어 있다는 말을 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갑 제5호증의 2, 3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일 전날 발급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 · 지구 등”란에 이 사건 각 토지가 여전히 “하천”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방재시설선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김00이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에서 확인되는 사항에 대하여 말한 것을 두고서 피고의 착오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김00이 피고의 착오를 유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원고와 피고가 공통으로 이 사건 각 토지가 하천예정지에서 해제되지 아니한 상태라고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계약당사자 쌍방이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하여 같은 내용으로 착오를 하고 이로 인하여 그에 관한 구체적 약정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당사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을 때에 약정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내용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계약을 해석할 수 있는 점(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5다13288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가 공통된 착오에 빠지지 않은 상태였다면 결정되었을 매매대금의 액수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여 해석할 여지도 있는 것이므로, 쌍방의 공통된 착오가 있다고 하여 바로 피고에게 바로 민법 제109조에 의한 취소권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로 취소할 수 없다.
라.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
⑴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의 존부
㈎ 인정사실
갑 제3호증, 갑 제10호증, 을 제4호증, 을 제5호증, 을 제8호증의 각 기재, 갑 제9호증의 일부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부동산중개사인 김00은 평소 알고 지내던 유00과 유00의 매형인 황모씨로부터 좋은 토지가 있으면 소개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은 바 있었는데, 2015. 4.경 피고가 이 사건 각 토지를 매도할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유00과 황모씨에게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입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였고, 유00은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② 그런데 유00은 2015. 4. 14. 당장 계약금으로 지불할 30,000,000원을 구할 상황이 아니었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계약하는 자리에 참석할 수 없어, 김00에게 계약금 30,000,000원을 빌려줄 것과 다른 사람 명의로 계약을 체결하고 나중에 매수인 명의를 변경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③ 이에 김00은 자신의 처인 원고를 매수인으로 하여 2015. 4. 14.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5. 4. 17. 원고의 계좌에서 피고의 계좌로 30,000,000원을 송금하였다.
④ 유00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 원고에게 30,000,000원을 변제하고, 이 사건 매매계약상의 잔금지급일로 정하여진 2015. 8. 31.로부터 일주일 쯤 전인 2015. 8. 25. 남양주시장으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의 소유권이전에 필요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었다.
⑤ 피고는 피고의 남편인 &&&으로 하여금 이 사건 매매계약의 잔금지급일이 경과한 2015. 11. 19.경 김00이 운영하는 부동산중개사무소를 방문하도록 하여, 계약금의 배액인 60,000,000원을 상환하고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김00은 2015. 11. 23.에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하고서 피고를 돌려보냈다.
⑥ 유00은 피고가 위와 같이 김00을 방문한 다음날인 2015. 11. 20. 피고의 계좌로 잔금 285,000,000원을 송금인 명의를 원고로 기재하여 송금되도록 하였다.
⑦ 피고는 이 사건 소가 제기되고 난 이후에 원고가 김00의 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김00이 자신의 처인 원고의 명의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행위가 공인중개사법이 금지한 중개의뢰인과의 직접 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소송 계속 중 김00, 원고를 공인중개사법위반 혐의로 고발하였는데, 김00, 원고, 유00, 황모씨 모두 당시 조사과정에서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제 매수인은 유00이고 매매대금 역시 모두 유00이 지급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에 따라 위 사건을 수사한 담당검사는 김00이 매매대금을 지급하고서 처인 원고의 명의로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위 행위에 대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하였다.
㈏ 판단
위 인정사실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김00이 원고로부터 매매계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아 원고를 매수인으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은 원고라고 보아야 하는 점, ② 김00, 원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원고, 김00, 유00, 황모씨가 일치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의 실제 매수인은 유00라고 진술하였고, 유00이 원고에게 30,000,000원을 변제하고, 잔금 285,000,000원을 부담하며, 자신의 명의로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을 위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사실은 위 진술에 부합하는 점, ③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이후 매수인 명의를 유00로 변경하려고 하였다거나, 유00이 자신의 명의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유00이 이 사건 매매계약의 매수인을 원고로 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되도록 한 이상,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에 따라 실제로 이 사건 각 토지를 매수할 의사가 없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유00로부터 잔금을 차용하여 원고의 자금으로 잔금이 지급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원고가 유00로부터 잔금을 차용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와 유00 사이에서는 유00이 이 사건 각 토지의 실제 매수인으로서 이 사건 각 토지를 취득하되 다만 그 매수인 명의를 원고로 하기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⑵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의 적용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가 매수인이 되어 매도인과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고,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등기를 이전받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은 “법적 불능”인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
⑶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의 적용 여부
㈎ 한편,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이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물권변동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면서, 제2항 단서에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에서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에서 명의수탁자인 원고가 매수인이 되어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피고가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 그러나, 아래 ① 내지 ③항 기재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매도인이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하였으나 그 이후 매매계약에 따른 등기를 이전할 때에는 계약명의신탁 약정을 알게 된 경우 매도인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매수인에게 대항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부동산실명법이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을 둔 취지는,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라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및 제2항 본문 규정을 통한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가 아닌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의 경우에도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른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되, 다만 계약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모르는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에 기하여 등기가 이전된 경우에는 거래상의 혼란을 피하고 매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물권변동이라고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②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 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라는 원칙에 대한 예외 규정인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은 그 범위를 가능한 제한적으로 해석함이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한다.
③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던 매도인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도인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매수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라는 사정을 알지 못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에 따른 물권변동 이전에 계약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리면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위 조항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와 달리 매도인이 스스로, 예외적으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에 따라 유효한 물권변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보호를 받기를 포기하고, 매매계약 체결 이후에라도 계약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게 된 사정을 들어 부동산실명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에 의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을 둔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도인이 스스로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고 있음을 이유로 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이 계약 당시에는 몰랐다는 사정을 들어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요청에 응하여야 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강행법규 위반행위에 협조할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실명법의 본래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약정을 알지 못하였으나 이후 원고에게 등기를 이전하여 주기 이전에 명의신탁약정을 알게 되었으므로, 피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되지 않아, 원고의 등기가 유효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피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에는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다는 사정은 피고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상태에 있다는 판단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⑷ 소결론
그러므로 피고가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고, 매도인인 피고는 명의수탁자인 원고에 대하여 명의신탁약정의 무효 및 이에 따른 물권변동이 무효임을 사유로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우리가 주장한 여러 항변 중에서 1심에서부터 반복된 항변에 대해서는 인정치 않은 반면, 항소심에서 고심 끝에 새롭게 주장된 명의신탁에 기반한 항변이 채택된 것이다. 더구나, 인정된 명의신탁 관련 항변은 판결문 맨 마지막에 있어, “피고 승소” 취지의 이유가 무엇인지를 한참만에야 알 수 있었고, 덕분에(?)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내내 묘한 긴장감마저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짜릿한 9회말 역전승의 기분이랄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매수하는 사정을 매도인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중개업자의 부인 이름을 동원하는 매수인 측의 행태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항소심 재판부가, 명의신탁 이론을 통해 매도인인 피고를 보호하는 취지의 판단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한편,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매도인의 선악 부분에 대해서도 참고자료로 제출된 종전 하급심 판결과 달리 이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는, ‘이런 경우에 매도인의 의사를 왜 악의로 보아야하는지’에 대한 판단에 이르게 된 자세한 이유와 논리를 덧붙이고 있었다.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는 새로운 쟁점임을 감안한 것인데, 재판부의 고민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자세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설시라는 점에서 인상깊었다.
또한, 명의신탁 약정의 무효가 이 건 계약의 효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법원 설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즉,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등기로 이루어진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은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가 매수인이 되어 매도인과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무효이고, 원고와 유00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원고가 피고로부터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등기를 이전받는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으므로, 결국 피고의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의 이행은 법적 불능인 이행불능 상태에 있다고 할 것이다”라는 부분이다.
억울한 불이익이 없도록 의뢰인과 함께 공감하면서 전문적인 법률지식으로 도움을 주는 변호사라는 직업은 참 매력적이지만, 직업인으로 변론을 하다보면 그 매력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이 사건은 지난 이십여 년 간 필자의 변호사 생활에서 보람있고 드라마틱한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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