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건물의 대지로 사용 중인 토지 일부 지분을 취득한 후, 구분건물(전유부분) 소유자들을 상대로 지료 내지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하여 1심에서는 승소하였지만, 2심에서 패소한 후 다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판결을 받은 의뢰인의 사연을 수년 전에 소개한 바 있다. 파기환송 후 재판에서 예상치도 못한 새로운 쟁점이 부각되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파기환송 전 재판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기로 한다.

통상적으로는 토지지분을 취득하게 되면 지상건물소유자에 대해서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고, 이는 지상건물이 집합건물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이해되었고, 그 때문에 그동안 별다른 의문 없이 이런 청구가 인용되어져 온 것이 실무관행이기도 했는데, 2심재판에서는 달리 판단되었다. 파기환송 전 2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정00는 1983. 6. 29. 서울 용산구 한남동 633-3 대 1,514㎡(이하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를 매수한 후 1984. 12. 7. 그 지상에 지하 3층, 지상 5층의 집합건물을 신축한 사실, 정00는 1984. 12. 29.부터 신축건물을 분양함에 있어 분양 당시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이었으므로 수분양자들에게 각 해당 전유부분과 함께 이 사건 토지 중 일부 공유지분(그 지분의 합계는 1,182.5290/1,514이다)에 관한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 주고, 나머지 공유지분(331.47/1,514)은 장차 건물을 증축하거나 자신의 건물부지로 사용할 목적으로 남겨 두었는데, 1984. 12. 29. 주식회사 서울신탁은행에 대한 채무담보를 위하여 자신의 공유지분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7억 5,000만 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준 사실, 위 은행으로부터 근저당권과 그 피담보채권을 양수한 이노서울제일차유동화전문 유한회사의 신청으로 위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그 경매절차에서 위 정00의 공유지분을 원고 등이 매수하여 2007. 4. 13. 그 매각대금을 모두 지급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 피고들은 2007. 4. 13. 이전에 각기 그 구분소유 건물과 함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공유지분을 취득한 자들이다.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파기환송 전 2심재판부는, “피고들은 집합건물의 대지인 이 사건 토지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적법한 권원을 가지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 중 원고들의 공유지분에 해당하는 부분을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는 것이 법률상 원인 없이 원고들의 공유지분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배척한 것이다.

하지만, 상고심인 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0다108210 지료청구 사건의 결론은 달랐다. 대법원은 “-- 1동의 건물의 구분소유자들이 당초 그 건물을 분양받을 당시의 대지 공유지분 비율대로 그 건물의 대지를 공유하고 있는 경우 그 구분소유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대지에 대한 공유지분의 비율에 관계없이 그 건물의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적법한 권원이 있으므로 그 구분소유자들 상호간에는 대지 공유지분 비율의 차이를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으나(대법원 1995. 3. 14. 선고 93다60144 판결,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76522, 76539 판결 등 참조), 건물의 구분소유자 아닌 자가 경매절차 등에서 그 대지의 공유지분만을 취득하게 되어 대지에 대한 공유지분은 있으나 대지를 전혀 사용․수익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지 공유지분권에 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토지에 대한 1,514분의 331.47지분을 경매절차에서 취득하였음에도 그 대지에 관한 사용․수익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토지를 배타적으로 점유․사용하고 있는 피고들을 상대로 그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하여 2심재판부의 법리오해를 지적하면서 원심을 파기하는 판단을 하였다.

생각할 수 있는 가능한 거의 모든 공방이 오고 간 이후인지라 파기환송 후 2심 재판에서는 무난하게 원고승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피고들은 ‘경매원인이 된 근저당권설정등기 자체가 무효’라는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였고, 이로 인해 다시 원고 패소판결이 선고된 후 상고심에서 그대로 확정되고 말았다. 수십 년 전에 여러 개가 설정되었다가 말소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이미 무효로 말소되어져야 할 성격의 저당권이 말소되지 않은 채 경매신청된 것이 파기환송 후 재판과정에서 비로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이 재판에서 패소한 의뢰인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낙찰 후 거의 8년 동안 두 번씩이나 대법원 재판을 받은 끝에 지료청구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을 뿐 아니라, 패소 이유가 다름아닌 ‘토지지분 소유권취득의 무효에 있다’는 논리였기 때문이다. 건물이 존재하는 부지만의 경매, 그것도 일부 지분이고 금액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가 60억 원에 달하는 토지를 9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에 운 좋게 낙찰받았는데, 8년 재판 끝에 결국 소유권취득이 무효라는 판단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의뢰인은 마음을 다잡고 확정된 대법원 판결의 판단을 바탕으로 잘못된 경매에 기인하여 발생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다시 송사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의뢰인의 매각대금을 배당받은 사람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청구인정에 별다른 의문점은 없다고 판단된다.



★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3다59259 판결[부당이득금]

경락인이 강제경매절차를 통하여 부동산을 경락받아 대금을 완납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으나, 그 후 강제경매절차의 기초가 된 채무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의 등기이어서 경매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 이와 같은 강제경매는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경락인은 경매 채권자에게 경매대금 중 그가 배당받은 금액에 대하여 일반 부당이득의 법리에 따라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민법 제578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경매의 채무자나 채권자의 담보책임은 인정될 여지가 없다.



그 다음은, 토지취득에 따른 취득세와 지난 수년간 납부한 재산세의 반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위 지료청구에 대한 판결 확정 이후 해당 판결문을 세무서에 제출하기까지 하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재산세를 부과받게 되었다. 최종 판결 결과 소유권취득이 무효라고 확정적으로 판단되었지만, 해당 대지 지분에 대해 권리를 가지는 측이 대지 지분에 대한 이전등기청구에 적극적이지 않은 관계로 여전히 등기명의가 의뢰인에게 그대로 남아있게 된 것을 기화로 재산세납부의무에 대해 세무당국이 오인하였기 때문이다. 등기명의에도 불구하고 소유권 취득이 원인 무효이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재산세 납부의무가 없음은 명백하기 때문에, 최근에 부과된 재산세 부과처분에 대해서는 행정재판을 통해 취소를 구하는 것으로 대처하면 된다.

문제는, 지난 수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납부되고 오래 전에 제소기간이 도과한 재산세부과처분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다투고, 납부된 돈은 어떻게 반환받을 수 있을지이다. 제소기간이 도과된 상태인지라, 납부된 돈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재산세 부과처분에 단순한 취소사유가 아니라 당연무효사유가 있음이 인정되어져야 한다.



★ 행정소송법 제20조(제소기간)

① 취소소송은 처분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하여야 한다. 다만, 제18조제1항 단서에 규정한 경우와 그 밖에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 또는 행정청이 행정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고 잘못 알린 경우에 행정심판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② 취소소송은 처분등이 있은 날부터 1년(제1항 단서의 경우는 재결이 있은 날부터 1년)을 경과하면 이를 제기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간은 불변기간으로 한다.

★ 행정소송법 제35조(무효등 확인소송의 원고적격)

무효등 확인소송은 처분등의 효력 유무 또는 존재 여부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할 수 있다.



당연무효처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정처분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여야한다’는 판례이론에 이 사건이 부합될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되는데, 논란이 예상된다.



★ 대법원 1982.10.26. 선고 81누69 판결 [종합소득세등부과처분취소]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소득 또는 행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하는 과세처분은 그 하자가 명백하고 중대하다 할 것이나, 과세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떠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과세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서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이를 오인한 하자가 중대한 경우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과세대상의 법률관계 내지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세금을 부과한 경우에는 그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단지 취소할 수 있음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 (갑)의 주장이 그가 이 사건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에 관하여 피고가 증여로 인정한 것은 과세대상의 법률관계 내지 사실관계가 매매임에도 이를 증여로 오인하였다는 것에 불과하고 매매인지의 여부는 사실조사하여야 비로서 밝혀질 수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과세요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위법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므로 위의 주장이 취소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당연무효 사유에는 해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또 이와 같은 경우에는 위법사유의 존부에 대한 실질적인 사실판단을 할 필요가 없다 할 것이다

★ 대법원 1990.11.27. 선고 90다카10862 판결 [부당이득금]

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하자가 중요한 법규에 위반한 것이고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한 것인가의 여부를 판별함에 있어서는 당해 과세처분의 근거가 되는 법규에 목적, 의미, 기능 등을 목적론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구체적 사안 자체의 특수성에 관하여도 합리적으로 고찰함을 요한다.
나. 과세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소득 또는 행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한 과세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 할 것이나 과세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과세대상이 되는지의 여부가 그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그 하자가 중대한 경우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위와 같이 과세요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의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재판의 방식은, 국가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 대신에 행정처분의 취소와 무효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택하기로 하였다. 최근에 부과된 행정처분에 대해서는 아직 재산세가 납부되지 않은 상태여서 금전반환이라는 민사소송이 아니라 처분취소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어, 이미 제소기간이 도과한 재산세부과처분에 대해서도 함께 행정소송으로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소송으로 일거에 해결하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최근의 처분에 대해서는 취소청구를, 과거의 처분에 대해서는 무효확인청구를 구하는 하나의 행정소송을 구하는 것이,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라는 두 개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 보다 의뢰인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었다.

한편, 금전반환을 구하는 민사재판이 아니라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행정재판의 형식을 선택할 경우, 납부된 재산세 반환청구에 대한 5년간의 시효진행이 중단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굳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더라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시효가 중단될 수 있다는 세법 규정으로 우려를 해결할 수 있었다.



★ 지방세기본법 제79조(지방세환급금의 소멸시효)

① 납세자의 지방세환급금과 지방세환급가산금에 관한 권리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때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 제1항의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이 법 또는 지방세관계법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을 따른다. 이 경우 지방세환급금 또는 지방세환급가산금과 관련된 과세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 청구의 소 등 행정소송을 청구한 경우 그 시효의 중단에 관하여는 「민법」 제168조제1호에 따른 청구를 한 것으로 본다

★ 민법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앞선 사건개요 설명에서는 생략하였지만, 이 사건은 구분소유자 수십 명을 상대로 지료청구가 제기되었고, 파기환송 전 1심 재판에서 피고 전부들에 대해 지료청구가 인정된 후, 다수의 피고들은 항소하였지만, 소수의 일부 피고들은 항소하지 않아 그들에 대해서는 지료청구가 확정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원고의 소유권 취득이 무효로 판명된 지금에서 패소확정된 피고들이 지료판결에 대해 불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에 대해 확정된 금전지급채무를 면할 수 있을지가 문제될 수 있다. 소유권이 있음을 전제로 한 지료청구 판결에서 승소하였지만 최종적으로 소유권이 없음이 확정되었는데도 이런 원고에게 금전지급의무를 그대로 부담하는 것이 왠지 모순일 수 있고, 또 낙찰대금에 대한 반환청구권과 지료청구권을 함께 가지게 되면 왠지 원고가 이중의 이득을 얻게 되는 듯한 부당함도 느껴지지만, 현 제도하에서는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뒤집을 마땅한 논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아무튼, 이들에 대한 재산 집행과정에서 이들 피고들로부터의 거센 저항과 이의제기가 예상된다.

부동산민사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너무나 중요한 법리에 대해 부당하게 판단된 2심판결을 수년 간의 기다림 끝에 뒤집는 대법원 판결을 선고받은 직후인 2012. 6. 필자는, “--단순한 듯하면서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법리를 두고서 치열한 공방 끝에 얻은 승소라서 그런지 매우 인상 깊은 변론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느낌을 전한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다시 4년이, 2007. 8. 낙찰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무려 9년이 지난 2016. 9. 현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쟁점으로 여러 다툼을 다시 시작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상-



※ 칼럼에서 인용된 판결의 전문은 최광석 변호사의 홈페이지인 www.lawtis.com 에서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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