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닛뽀리역은 6개 노선이 환승하는 교통 요지다. 게다가 일본어학교가 많아 한국인은 물론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국제 마을이다. 닛뽀리역 뒤편 야나카의 재래시장은 중심가 이면의 일본 전통을 간직한 작은 마을로 최근 관광지로 뜨고 있는 동네다. 특히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가이드가 깃발을 들고 이를 따르는 단체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히미츠도 빙수집


이곳 시장거리 뒤편 주택가에 항상 길게 줄서있는 점포가 있는데 “히미츠도(비밀당)”라고 하는 빙수집이다. 늘 가보고 싶었지만 도쿄의 더위에 1시간 이상 줄을 선다는 게 쉽지 않아 망설였다가 어렵게 맛보는 기회를 가졌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히미츠도 가게 외관


가게 외관은 디자인요소와는 전혀 상관없이 “싸리 빗자루”를 걸어 놓은 게 전부다.

내부는 직원들이 쉴틈없이 일하고 있다. 2명은 손으로 직접 빙수기를 돌려 얼음을 갈고 나머지 직원들은 소스를 뿌리고 손님을 안내하고 밖에서 줄서는 손님을 안내하는 직원까지 합치니 총9명의 직원이 20석 내외의 점포를 컨트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1시간 넘게 줄서다 들어온 손님들도 전혀 불편함 없이 꼼꼼하게 안내를 해준다.



주문을 한 시간이 오후 5시경이라 인기 있는 메뉴는 재료가 떨어져 메론 맛과 밀크 맛을 주문했다. 가격은 900엔 전후. 한화 약 1만원이 조금 안 된다. 가게 줄과 좌석수를 대입해 보니 얼추 일 매출 5백만원 이상 되어 보인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히미츠도 가게 내부


푸짐하게 나온 빙수의 첫맛은 부드러움이다. 기계로 돌린 거친 얼음과는 차이가 난다. 메뉴에 따라 종류별로 시럽이 뿌려지고 추가 시럽과 일본 전통차가 입가심용으로 나온다.

이 집의 시럽들은 손수 만들고 있으며 특히 진한 우유 맛이 인상적이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벽에는 천연빙수를 수동 기계로 직접 갈아 만든 수제 빙수라 적혀있으며 사계절 제철과일로 만든 수제 시럽으로 계절에 따라 제빙방법을 달리하고 메뉴는 유동적이니 트위터를 활용하라고 표시됐다.

히미츠도 트위터 >>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천연빙수


이 가게에서 말하는 “천연빙수”란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헤이안시대(794년 ~ 1185년)부터 빙수를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당시부터 만들었던 천연얼음 제조기법은 현재 일본 전국에 5개가 남아 있으며 그 중 3 개가 토치기현 닛코시에 있다. 천연얼음이란 인공의 얼음연못에 겨울 내내 물을 모아 천연얼음을 만들어 쓰레기와 먼지제거 등 세세한 관리를 한 뒤 삼나무 톱밥에 저장해 여름까지 기다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얼음이 도쿄의 “비밀당”까지 공수돼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소비자들은 자신의 지출에 대해 정당성과 더불어 남들보다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특히 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자기의 일상과 차별화된 소비를 자랑하고 싶고 이것은 곧 해당 업체의 홍보로 연결된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마케팅 핵심은 가치와 story다. 남들과 같아서는 안 되고 차별화 되고 모방할 수 없어야 한다. 비밀당의 홈페이지 구인란을 보면 창업을 원하는 사람의 입사를 환영한다는 문구가 있다. 영업 노하우를 모두 전수해 주겠다는 얘기다. 처음 접했을 때 이해가 안됐지만 이집의 story를 알고 보면 이것 또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핵심은 겨울 내내 수제로 만든 얼음이며 이것을 공급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빙수 한그릇에 담은 story


올 여름 빙수열풍과 더불어 또 하나의 히트상품인 ‘가정용 빙수기’를 비싼 값에 사버렸다. 제품설명은 얼음을 잘게 갈아 부드럽다고 차별화전략을 내세웠지만 핵심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다.

단순한 것 같지만 모방할 수 없는 스토리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블루오션을 만드는 열도의 경영인들에게 한수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