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황 우 석 박사님,



황 교수님께서 쾌차하여 연구실에 나오신다는 소식을 들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는데, 다시 입원하셨다니 도대체 이 일을 어쩌면 좋겠는지요?



약 600년 전, 15세기,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는 지구가 돈다고 했습니다.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미친 소리 한다고 협박을 하고 죽이려고 했습니다. 지구는 아직도 돌고 있습니다.



같은 시대의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는 바다 건너 저 편에 또 다른 땅이 있다고 했습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며 바다를 건너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말리기도 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사람의 후손들은 지금 최강대국에 살고 있습니다.



2,500년 전, 세계적 역사적 의성(醫聖)으로 꼽히는 히포크라테스는, “환자로부터 들은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 가라”고 했습니다.



혀를 깨물고 죽던가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던가 했어야 합니다. 어쩌자고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위해, 여성으로써 가장 소중한 인체의 일부를 바친 여인들을 제멋대로 거론하며 카메라를 들이댄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으며, 그렇다고 또 비밀을 이야기하는 분들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종교 지도자들도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의사와 인간이 해야 할 윤리와 도리(道理)에 대해 어느 목사님께서는 “태어나기 전의 생명체를 건드리는 것도 생명 윤리이지만, 난치병과 장애로 고통 받는 이들을 돕는 것도 생명윤리다.”라고 주장하십니다. 어느 스님께서는 “아픈 사람을 돕지 않고, 병마와 싸우는 사람을 외면하는 것도 죄를 짓는 일이다.”라고 지적하십니다. 백번 만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우리는 지금, 과학자와 언론이 할 일을 모르고, 정치인과 지도자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민족적 애국심으로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방치하거나 그릇됨을 덮어 주자는 게 아닙니다. 순진하고 열정적인 과학자의 노력을 격려하고 돕지는 못할 망정 제멋대로 불러 내고 자료를 요구하는 게 옳은 일일까요?



황 박사님께서 독수공방하시며, 열악한 환경에서 철부지 연구원들을 달래 가며 밤새도록 애태운 걸 그 누가 알겠습니까? 그럴 때엔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와서 재검증이니 확신을 얻어야겠다느니, 정확히 증명하여 신뢰를 얻자느니 하는 학자들이 있음에 안타까울 뿐입니다.



세계적인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탐내는 학자이며, 인간 생명의 미래와 질병 치료의 한계를 넘어설 능력을 무시하고 의심하는 일을 먼저 나서서 방해하고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그렇게도 급한 일이었을까요? 그럴 힘이 있거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하는 일도 없이 나라를 말아 먹는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을 평가하고 진위(眞僞)를 분석해야 옳지 않을까요?



먼 훗날, 정말로 커다란 문제가 생기고, 파문이 일 때 잘잘못을 따지고 흠집을 내도 좋으련만, 이제 겨우 명성을 얻기 시작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 시작한 명장(名匠)들을, 싹도 나오기 전에 묻어 버리겠다는 심술인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겉으로는 과학의 정확성을 보여 주고 세계적인 신뢰를 얻기 위해 그래야 한다고 그럴 듯하게 말하겠지요. 수십 년 동안 죽을 쑤어 개를 주자는 것인지 도대체 그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잘 되든 안 되든 그 책임은 결국 황 박사님께서 짊어지고 갈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는 바, 미리 걱정해 주는 척하며 흠집을 내려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낄 뿐입니다. 그들이 세계적이고 국가적인 사업으로 이끌어도 부족할 위대한 업적에 대해 거론 할 자격이나 있단 말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들이 인류문명의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의학에 접근할 능력이나 있단 말인지 따지고 싶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내란(內亂)이 따로 없습니다. 우리끼리 싸우고 우리끼리 죽이는 게 내전(內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와 같은 현상과 작태를 조정하고 통제하여 위기를 관리하면서 국위를 선양할 수 있도록 지도할 만한 지도자 또한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단 말인지 슬플 뿐입니다.



통제 불능의 통치자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게 답답합니다. 정치 행정, 외교 안보, 교육과 복지, 노동과 사법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편할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선진국 진입은 요원한 일이라 생각되지 않으시는 지요?. 아직 먼 것 같습니다. 선진국은 국민소득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지요. 국민의 생각과 철학과 삶의 양식 등을 모두 합하여 선진 문화인가를 평가하는 것이라 생각되는데 말입니다.



모든 문명과 과학이 반드시 그런 과정을 거쳐서 발달하는 것인지, 500년, 천년 전의 반목과 질시는 인류문명의 발달에 빠지지 않는 시샘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황 교수님도 그와 같은 역사와 사회현상의 모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혼란스런 행동에 서운해 하지 마시고, 초년 시절 부여에서 소를 기르시던 마음으로 이해하시면서, 흔들리지 않으시길 부탁 드립니다.



차가워진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어 빨리 쾌차하셔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보다 먼 미래의 초석이 되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