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삶과 현실적 애환을 잘 나타낸 만화에서 시작된 드라마 미생(未生)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두가지를 모두 읽고 본 나로서도 ‘미생신드룸’에 충분한 공감을 표현하고 싶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등장인물들이 주인공 장그래를 정직원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국 불발이 된 부분이다. 이것이 직장의 현실이다.

문득 대기업에 다닐 때 내가 겪은 사례가 떠올랐다. 인재개발원에 있었던 필자는 교육과정운영에 대한 간단한 보조 진행으로 아르바이트를 건의하여 채용한 적이 있었다. 계약직도 아닌, 그보다 아래의 이른바 알바 직원이다.     우리팀에 배정된 그녀(여자였음)는 너무나 일처리가 야무지고 정확했다. 칭찬을 해 주었더니 “팀장님 이렇게 하면 저도 여기 직원이 될수 있어요?”하는 모습이 미생드라마 그대로의 재연 장면이다.

나는 그녀를 일단 계약직으로라도 레벨업을 시키고 싶었다. 그런 비전도 주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 조차도 정말 쉽지 않았다. 미생에서 말한 대책 없는 희망이 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관리부장에게 “왜 이렇게 감싸는 거야”라는 오해 까지 받으며 힘겹게 계약직 전환을 이루어냈다. 무슨 프로젝트 하나 하는 것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후로 함께 일년을 더 일했다. 하지만 명절날 보너스는 커녕 선물 꾸러미 하나 없는 계약직의 설움을 또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직원으로의 전환을 생각했지만 이는 영원한 미생(未生)이었다. 내가 퇴사한 이후에 계약직 2년을 만기로 그만둔 미생의 장그래와 같은 길을 겪은 그녀의 소식을 들었다. 씁쓸했다.

기업들은 대외적으로는 대단한 사회적 기업임을 자랑하고 이익을 환원한다고 목에 힘을 주지만 정작 실무현장에 대한 현실적 배려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이미지와 상품 광고에는 유명배우를 섭외하여 수억원을 기꺼이 투자하지만 정작 계약직과 정직원의 연봉차액 몇 백만원의 의사결정에는 부들부들 하는 것이다. 또한 정규직은 계속 위로 기어 올라가 기득권이 되어 그들만의 장벽을 크게 쌓고 계약직은 마치 자신들의 메이저 리그에 끼지 못하는 마이너 리그로 차별하고 있다. 그러니 계약직은 고만큼의 능력만 발휘하게 되니 참 얄궂은 악순환구조이다. 그렇다면 노동법상 애초에 정직원만 득세하게 하지 뭐하러 계약직제를 활성화 시켜 놓았는지 의문이 간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놓은 제도 장치에 발목이 잡혔거나 허점을 파고들어 이를 거꾸로 악이용 하였거나 둘중 하나다. 나 같으면 계약직을 모두 파기하거나 아니면 모두를 계약직으로 해주고 싶다. 모두가 미생(未生)아니면 완생(完生)이어야 일관성 있어 좋지 않는가?

드라마와 글을 통해서라도 조금이나마 약한자들이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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