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짜가 좋다. 등록금, 점심, 학원비, 월급, 교통비 등등 뭐든지 무상(無償)으로 주면 좋겠다. 선물도 많이 받고 싶고, 공짜로 뭐든지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없으므로 기대하지도 않지만, 또한 공짜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몸이 불편하거나 너무 어리거나, 기댈 곳이 없이 어려운 이웃들은 사회와 국가차원에서 도와 주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체 건강하고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공짜를 제공하거나 무상지원을 베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짜와 무상은 몇 가지 나쁜 결과를 가져 오기 때문이다. 


첫째, 공짜에 길들여지게 되고 무상지원을 기대하게 된다.

턱 괴고 기다리는 것도 습관이 된다. “때가 되면 뭔가 생기겠지”, “닥치면 어떻게 되겠지” 하면서 기다리게 된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때를 기다리고 도와 줄 사람을 기다린다. 공짜로 받게 되는 혜택에 대해 점점 더 크고 많은 것을 기다리는 욕심도 생긴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서 부끄러움이나 수치스러움도 사라진다.



둘째, 몸과 마음이 모두 무기력해지고 무능력해진다.

일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으면 모든 기능이 저하된다. 생각하기 싫어지고 일하는 게 귀찮은 생각이 든다. 손발을 움직이는 게 귀찮고 생각하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온몸이 허약해지면서 잔병이 생긴다.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움직이며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 만나 이야기 하는 것조차 귀찮고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스스로 외톨이가 된다.



셋째, 공짜와 무상의 수혜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스스로 비참해지고 폐인으로 가는 길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뭐든지 해보고 싶은 의욕을 상실해 가면서 자기 존재의 가치(Self-Efficacy)나 자아 존중감(Self-Esteem)이 사라진다. 가정이나 교우관계, 사회 활동에서 자신의 가치나 역할을 잊어 버리게 된다.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쓸모 없는 인간으로 자학(自虐)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끝으로, 욕구가 사라진다. 

뭔가를 이루고 싶은 자아실현의 욕구,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노력과 정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욕구를 잃게 된다.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도 사라지면 최악의 경우에 동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생리적 욕구만 채우려고 한다. 먹고 마시고, 놀고 노래하고, 키스하고 섹스하고자 하는 욕구만 강해지면 사회는 타락한다.  그런 현상이 지금 만연하고 있다.

정말로 큰 도움을 받아야 할 때에 그 도움의 손길이 끊어지면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러므로 당장은 어렵고 힘들어도 어떻게 해서든지 스스로 노력하고 일어설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고, 강한 자립심(自立心)을 길러 주는 게 공짜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확한 이해관계를 따지고 득과 실을 계산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을 받고 혜택을 주는 게 공평한 사회이다.

 

무조건적인 공짜와 무상은 국민을 나약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양산하게 한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