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열린 팀 타이틀리스트 챌린지 첫날 포볼 경기에서 아마추어팀의 이원진(앞줄 왼쪽)씨와 김민석씨(앞줄 오른쪽)가 승리를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프로팀의 김태우(뒷줄 오른쪽)-이수진이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아쿠쉬네트 제공
지난 21일 열린 팀 타이틀리스트 챌린지 첫날 포볼 경기에서 아마추어팀의 이원진(앞줄 왼쪽)씨와 김민석씨(앞줄 오른쪽)가 승리를 확정하고 기뻐하고 있다. 프로팀의 김태우(뒷줄 오른쪽)-이수진이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웃고 있다. 아쿠쉬네트 제공
“프로 잡는 아마추어 ‘독사’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로만 듣던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실제로 존재할까. 지난 2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제주에서 끝난 ‘2019 팀 타이틀리스트 챌린지’는 실제로 이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이 대회에는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상 이형준을 비롯해 김태훈, 김태우, 고석완, 박배종, 김인호, 이수진, 이승연 등 ‘타이틀리스트 앰배서더’ 12명과 전국에서 예선을 거쳐 선발된 아마추어 12명으로 구성된 ‘팀 타이틀리스트’가 각각 2인 1조로 짝 지어 포볼과 포섬, 매치플레이 형태로 경기했다. 프로팀은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가 한 조를 이뤘다. 아마추어팀은 남자로만 이뤄졌다. 양 팀 모두 ‘블루 티’에서 티샷하고 코스 세팅도 남자 비거리에 맞춰져 있어 여자 선수가 있는 프로 팀에게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대회 전 카메라 앞에선 KPGA투어 2년차 고석완이 자신있게 포부를 밝히며 공약을 내걸었다.

“아마추어에게 한 번이라도 진다면 수염을 자르겠습니다.”

옆에 있던 선배 프로골퍼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마추어에게 한 번이라도 져본 경험이 있는 프로가 있냐는 질문이 나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김인호와 김태훈 등 2명의 골퍼가 손을 들자 고석완의 얼굴이 상기됐다. 고석완이 급히 말을 바꿨다. “첫 패배에는 윗수염을, 또 진다면 아랫수염까지 모두 밀겠습니다.”

경기 당일 대회 조직위측에 프로팀 중 한 조의 패배가 유력하다는 비보(?)가 들려왔다. 어떤 선수인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설마 고석완일까’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서둘러 면도기를 구해와야 한다는 관계자도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패배한 팀은 김태우-이수진 조. 상대는 ‘대구 듀오’로 유명한 김민석-이원진씨 조였다. 수입차를 판매하는 구력 10년의 ‘독학 골퍼’ 이원진씨와 부동산 컨설팅을 하며 골프 시작 5년만에 핸디캡 3을 기록한 김민석씨의 ‘케미’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구 지역 매치플레이에도 함께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환상의 호흡은 프로 선수를 잡기에도 충분했다. 프로 선수 뺨치는 쇼트게임과 리커버리 능력으로 3홀차 승리를 거두자 두 프로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변은 거기까지였다. 나머지 프로팀이 모든 경기를 쓸어 담았다. 포섬 경기 등이 열린 대회 마지막날에도 프로 선수들이 전승을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루키 윤서현과 짝을 이뤄 7홀차 대승을 거두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고석완이 한숨 돌리며 수염을 매만졌다. 윤서현을 바라보는 고석완의 눈빛에는 왠지 모를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아마추어 분들 실력이 정말 장난 아니었지만 (윤)서현이가 어려서 그런지 봐주는 게 없더라고요. 하하하. 매 샷 이를 악물고 치는데 아주 잘해요. 서현아, 넌 정말 투어 가서도 잘할거야. 서현이 정말 잘할거에요.”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