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누 용선 역사적인 금메달…'코리아·한반도기·아리랑' 시상대의 주인공으로
여자농구, 국제종합대회 구기 첫 은메달…2020 도쿄올림픽 단일팀 확대 초석될듯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한달간 동고동락이 이룬 감동의 금·은·동
스포츠 남북단일팀이 열매를 맺는 속도는 여느 남북교류 분야 중에서 가장 빨랐다.

국제종합대회 사상 두 번째로 결성된 남북단일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찬란한 성과를 냈다.

만리장성 중국에 막혀 시상대 주인공이 되진 못했으나 여자농구 단일팀은 1일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국제종합대회 최초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린 남북은 6개월 후 열린 아시안게임에선 3개 종목으로 '코리아'의 영역을 넓혔다.

조정, 카누 용선(드래곤보트), 여자농구에서 훗날 통일의 밀알이 될 단일팀이 탄생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후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엔 올해 아시안게임 남북 공동 진출'이 포함됐다.

공동 진출은 개·폐회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등을 망라하는 용어로 해석됐다.

남북은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논의에 합의했고, 6·18 남북체육회담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 참가에 합의했다.

이 회담에서 역대 국제종합대회 11번째 개회식 공동입장과 공동입장 방식 등이 확정됐다.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남북은 6월 28일 3개 종목 단일팀을 구성했다.

이에 따라 북측 여자농구·조정·카누 선수들이 7월 29일 일제히 방남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과 충주 국제조정경기장에서 남측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다.

감독 8명과 선수 26명 등 34명의 북측 선수단이 방남했다.

이들의 숙소는 충북 충주건설 경영연수원이었다.

우리 측 감독 5명과 선수 33명을 합쳐 감독·선수 포함 72명의 남북단일팀 '코리아'아 구성됐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은 촉박한 시일 탓에 겨우 보름 남짓 손발을 맞추고 평창동계올림픽에 나섰다.

아쉽게도 1승도 못 올렸지만, 평화와 감동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이들보다 합동 훈련 기간이 조금 길었던 이번 단일팀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수확했다.

친분, 용어 모두 익숙하지 않았지만, 한민족이라는 동질감으로 선수들은 금세 분단의 벽을 넘었다.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한달간 동고동락이 이룬 감동의 금·은·동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한달간 동고동락이 이룬 감동의 금·은·동
감동의 서막은 카누 용선이 열어젖혔다.

25일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의 조정 카누 레가타 코스에서 열린 카누 용선 여자 200m 결선에서 56초 851로 동메달을 따냈다.

남북이 종합대회에서 합작한 첫 번째 메달이었다.

그로부터 하루 뒤 마침내 기다리던 금메달이 나왔다.

카누 여자 남북단일팀은 26일 카누 용선 500m 결선에서 2분 24초 788로 우승해 시상대 정상을 점령했다.

파란색 한반도기가 게양되고 아리랑이 국가로 연주되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완성됐다.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한달간 동고동락이 이룬 감동의 금·은·동
남자들도 질세라 힘을 냈다.

용선 남북단일팀은 남자 용선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조정에선 아쉽게 단일팀의 합작 메달이 나오지 않았지만, 여자농구가 대미를 장식해 비어 있던 단일팀의 은메달을 채웠다.

불과 한 달 남짓 호흡한 남북 선수들이 땀으로 이뤄낸 결정체라는 점에서 코리아의 메달은 각별하다.

비록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의 메달로 집계되나 한반도 분단의 역사를 잘 아는 세계는 오롯이 남북이 합쳐서 만든 메달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한달간 동고동락이 이룬 감동의 금·은·동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우리 정부는 북측에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단일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종목별 국제연맹(IF)의 도움 없이 올림픽 출전 선수 쿼터라는 걸림돌을 자력으로 돌파하려면 도쿄올림픽을 2년 앞둔 지금부터 남북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남북이 탁구 단일팀 결성 논의를 적극적으로 펴나갈 것"이라며 "국제기구와 협의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1991년 일본 지바 현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분단 후 처음으로 남북단일팀을 결성해 여자 단체전에서 감격스러운 우승을 차지한 탁구는 올해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도 혼합복식 우승을 일구는 등 단일팀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다.

◇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단일팀 일지
▲ 2018.4.27 =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남북 공동 진출' 내용 포함
▲ 2018.6.1 = 남북고위급 회담서 아시안게임 공동 참가 논의 합의
▲ 2018.6.18 = 남북체육회담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공동입장 및 단일팀 구성, 참가 합의
▲ 2018.6.28 = 남북,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조직위 4자 회의서 여자농구, 카누, 조정 등 3개 종목 남북단일팀을 결성 합의
▲ 2018.7.29 = 북측 감독·선수 34명 방남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충주 국제조정경기장서 남북 합동 훈련
▲ 2018.8.18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 남북 국제종합대회 역대 11번째 개회식 공동입장
▲ 2018.8.25 = 카누 용선 단일팀, 여자 200m 동메달. 국제종합대회 남북단일팀 첫 메달.
▲ 2018.8.26 = 카누 용선 단일팀, 여자 500m 금메달. 국제종합대회 남북단일팀 첫 금메달.
▲ 2018.8.27 = 카누 용선 단일팀, 남자 1,000m 동메달.
▲ 2018.9.1 = 여자농구 단일팀, 은메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