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통산 600홈런은 메이저리그 8명, 일본은 2명뿐
이승엽 "한일 600홈런 보다 KBO 450홈런이 더 기쁠 것 같다"
국내 최다 홈런·타점은 이미 경신…득점·루타 기록도 가시권


이승엽(40·삼성 라이온즈)은 이미 전설이다.

당장 은퇴해도 이승엽이 쌓은 기록은 '빛나는 역사'로 남는다.

하지만 이승엽은 "매 경기, 한 타석이 소중하다"고 했다.

이미 전설로 추앙받고 있지만, 여전히 경쟁력 있는 타자이기도 한 이승엽의 각오는 새로운 기록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당장, 한·일 통산 600홈런 달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은퇴 전 우승 다음으로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라고 꼽은 KBO리그 2천 안타와 450홈런 달성도 가시권에 있다.

◇ 한·일 통산 600홈런 -2…KBO리그 450홈런 -11 = 이승엽은 2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홈경기에서 2회말 중전 적시타로 타점을 올렸다.

KBO리그에서 이승엽이 기록한 1천390번째 타점이다.

이승엽은 양준혁(1천389타점)의 기록을 넘어서면서 이제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이승엽은 또 다른 대기록 경신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는 한·일 통산 600홈런과 KBO리그 2천 안타 달성도 눈앞에 뒀다.

일본에서 159홈런을 친 이승엽은 8년간의 공백에도 KBO리그에서 439개의 아치를 그렸다.

KBO리그에서는 이승엽의 기록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개인 통산 홈런 2위 양준혁은 351홈런을 치고 은퇴했다.

현역 선수중에서는 이호준(40·NC)이 324홈런으로 가장 많다.

이승엽은 홈런 부문에서는 자신의 기록과 싸운다.

한·일 통산 598홈런을 친 이승엽은 공 2개를 더 담장 밖으로 보내면 600홈런 달성 금자탑을 쌓는다.

그는 "두 개 리그에서 달성한 기록이라서 '개인적인 의미'만 있다"고 몸을 낮추지만, 이승엽 덕에 한국 야구팬들은 미국과 일본의 홈런 기록도 살펴보는 기쁨을 누린다.

600홈런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8명만 기록했다.

유일한 현역 600홈런 타자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최근 은퇴했다.

앨버트 푸홀스(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가 585홈런으로 9번째 600홈런 타자 등극에 도전 중이다.

일본에서는 전설적인 타자 오사다하루(868홈런)와 노무라 가쓰야(657홈런), 두 명만이 도달했다.

이승엽이 "개인적으로 한·일 통산 600홈런보다 더 기쁠 것 같다"고 말한 KBO리그 450홈런 달성도 11개 남았다.

그는 "400홈런도 500홈런도 아니지만, KBO리그 450홈런을 치면 뿌듯함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 '팀에 필요한 선수'의 기준…KBO리그 2천 안타 -8 = 2012년 이승엽이 삼성으로 복귀하면서 '은퇴 전 꼭 달성하고 싶은 기록'으로 꼽은 건 KBO리그 2천 안타였다.

당시 그는 "상징적인 존재가 아닌,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그걸 증명하려면 2천 안타를 쳐야 한다"고 했다.

당시 그가 KBO리그에서 기록한 개인 통산 안타는 1천286개다.

삼성 복귀 후 5시즌째를 보내는 중인 이승엽은 706안타를 추가했다.

KBO리그 통산은 1천992안타다.

안타 8개를 추가하면 2천 안타를 채운다.

이승엽에 앞서 2천 안타를 기록한 타자는 7명이다.

'1등'이 익숙한 이승엽에게는 낯선 순위다.

하지만 이승엽은 "2천 안타는 정말 만족할만한 기록"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한·일 통산 2천678안타를 쳤다.

'비공식 기록'으로는 이승엽이 KBO리그 안타왕 양준혁(2천318개)을 앞선다.

물론 이승엽은 "그건 나만의 기록"이라며 또 몸을 낮췄다.

◇ "일본에서 기록 이상의 무언가를 배웠다" = 이승엽이 경신을 예약한 '공식 기록'은 더 있다.

이승엽은 KBO리그에서 1천272득점을 올렸다.

이 부문 1위 양준혁의 1천299득점에 27개 부족하다.

늦어도 2017시즌 초에는 경신이 가능하다.

최다 루타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승엽은 3천782루타를 기록 중이다.

양준혁이 보유한 3천879루타에 97루타가 남았다.

내년 초에는 최다 루타 기록 역시 이승엽이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실적으로 이승엽이 바꿔놓을 KBO 통산 기록은 여기까지다.

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이승엽은 같은 질문은 받는다.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기록이 쌓였을 텐데…. 후회하지 않는가.

"
올해 초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이승엽은 이 질문을 받았다.

이승엽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일본에 진출하기 직전(2003년) 56홈런을 쳤다.

경쟁자가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일본에서는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봤다.

일본에서 1, 2군을 오가며 '어떻게든 1군에서 살아남으려고 죽을 만큼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봤다.

나도 그땐 그렇게 악착같이 살았다"고 회상했다.

야구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진짜 큰형님'이 됐다.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아들뻘 후배'들에게 가벼운 장난으로 다가서면서도 '야구를 잘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

지금 네가 가장 열심히 할 일은 야구다'라는 진지한 조언을 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뛰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이라며 "일본에서 기록 이상의 것을 배웠다"고 했다.

많은 전문가가 "이승엽이 한국에서만 뛰었다면 이미 700홈런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승엽은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 이별 준비, 최선을 다하는 야구 = 이승엽이 공언했던 기록들은 2017년 시즌 초에는 모두 달성될 전망이다.

그는 2017년 시즌 종료 뒤 은퇴한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고 2년 계약만 한 것도 '은퇴 시기'를 이미 정했기 때문이다.

기록에서 자유로워지면, 이승엽은 편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을까.

그동안 그가 내놓은 답을 보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승엽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후배들에게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좋아하는 야구를 하지 못하게 될 때 '그때 더 열심히 할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온다"며 "나 역시 지금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시기를 후회한다.

노력이 많을수록 후회가 줄어든다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조언했다.

은퇴 시기를 정한 후 이승엽은 "'이제 200경기도 남지 않았다.

800번도 타석에 서기 어렵다'는 '카운트다운'을 하게 된다"며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각오가 새롭게 생긴다"고 했다.

이승엽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런 관심에 고마워하면서도 상당한 부담감도 느꼈다.

그리고 이를 책임감으로 승화했다.

이승엽은 "그냥 관심만 받는 선수로 있다가 은퇴하고 싶진 않다.

이승엽이니까 당연히 선발 출전하는 게 아니라, 팀에 필요한 선수가 이승엽이란 말을 마지막까지 듣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은 '최선을 다하는 야구'를 펼치다 팬들과 작별할 생각이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jiks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