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 수술 후 640일 만에 빅리그 선발 마운드로 돌아온 류현진(29·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7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3회 세 타자를 공 10개로 돌려세웠을 때만 해도 예상보다 긴 이닝을 던질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잠시 생기기도 했다.

투구 수도 45개에 불과했고, 그중 31개를 스트라이크로 기록했을 정도로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4회 하위 타순을 상대로 공 24개를 뿌리며 1점을 준 뒤 류현진의 구속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0-3으로 뒤진 5회 투아웃까지 잘 잡은 류현진은 예전 동료 맷 켐프에게 130㎞짜리 체인지업을 던졌다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내줬다.

후속 얀게르비스 솔라르테에겐 시속 140㎞짜리 빠른 볼을 통타당해 좌선상을 타고 가는 2루타를 허용했다.

류현진의 빠른 볼은 경기 초반보다 최고 시속에서 8㎞나 떨어졌다.

평소 시속 150㎞를 넘나드는 투수를 상대한 샌디에이고 타선은 류현진의 '느린' 직구를 받혀 놓고 쳤다.

류현진의 빠른 볼을 노려 친 타구는 야수 정면으로 가더라도 날카로웠고, 야수가 없는 곳으로 향할 땐 빨랫줄처럼 날아갔다.

류현진의 커브 역시 110㎞대 초반에서 5회에 시속 108㎞까지 떨어졌다.

빠른 볼과 커브의 구속 차이가 클수록 좋은 현상이나 웬만큼 정교한 컨트롤이 아니고선 빠른 볼과 커브의 구속이 모두 저하될 경우 빅리그 타자들의 몽둥이를 견디기 어렵다.

타자들은 박자만 맞으면 적은 힘으로도 퍼올려 홈런을 칠 수 있는 커브를 선호한다.

8차례 거친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 때와 비교해 빠른 볼과 변화구의 구속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은 류현진이 앞으로 극복해야 할 숙제다.

류현진은 어깨에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면 구속은 차근차근 올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발 투수의 최소 임무 투구 이닝인 6이닝과 투구 수 100개를 동시에 달성할 만한 체력이 아직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 이상 페이스를 끌어올려 구속을 최대한 긴 이닝 동안 유지하는 능력도 회복해야 한다.

2014년 10월 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미국프로야구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이래 21개월 만에 빅리그 실전 분위기를 체감한 류현진은 제구 능력도 가다듬어야 한다.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원바운드 성 슬라이더만 이날 잘 들어갔더라도 류현진은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풀어갔을지도 모른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