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때까지 바꾼다"…달아오른 '1인자 경쟁'
세계랭킹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스윙 패턴이 일정한 선수로 유명하다. 드라이버나 퍼터 등 장비를 바꾸는 경우도 드물다. 세계랭킹 순위에서는 제이슨 데이(호주)에게 1위를 내줬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평균 스코어(69.470) 1위, 평균 퍼팅수(1.684) 1위, 라운드당 평균 버디(4.85) 1위 등 샷과 퍼팅 실력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일관된 스윙 패턴이 비결로 꼽힌다.

그랬던 스피스가 최근 스윙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지난달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의 ‘쿼드러플 보기 참사’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변화 조짐이다. 스피스는 어드레스와 스윙 템포(빠르기), 스윙 궤도를 이전으로 돌려놓는 게 목표다. 골프다이제스트 평론가인 피터 코티스는 “스피스는 요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많은 생각이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드레스 상태에서 생각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쏟다 보니 정작 스윙에 들어가서는 리듬과 템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스피스는 전담 스윙 코치인 카메론 매코믹까지 긴급 호출해 스윙 교정을 시작했다. 최근엔 효험도 봤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고향 텍사스에서 끝난 딘앤드델루카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다. 마스터스 역전패 한 달여 만에 출전한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예선 탈락의 충격을 씻어내는 반전이다. 그는 “다시 우승 경쟁에 나설 계기를 마련했다”며 기뻐했다.

스피스뿐만 아니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올해부터 시도해오던 역그립(왼손을 오른손보다 아래로 내려 잡는 퍼팅그립)을 반 년도 안 돼 버렸다. 3일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빌리지GC(파72·7392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그는 예전에 잡던 일반 그립을 다시 선보였다. 매킬로이는 “지난주 유러피언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퍼팅이 아니라 샷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그립을 바꾼 게 실패였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1언더파 71타를 치며 공동 58위에 그쳤지만 퍼트수는 29개로 준수했다.

최근 열린 6개 대회에서 3승을 쓸어담은 데이는 상징과도 같았던 턱수염을 모두 깎았다. 스피스와 매킬로이 등 강호들의 도전에 맞서 ‘독주체제’를 견고히 하겠다는 심기일전의 표시다.

이 대회 2007년 우승자인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의 변신도 파격적이다. 드라이버는 물론 캐디까지 바꿨다. 시즌 도중 드라이버나 캐디를 바꾸는 것은 ‘위험한 실험’으로 통한다. 그만큼 성적을 끌어올리는 게 절박하다는 얘기다. 최근 성적 부진으로 세계랭킹이 111위로 밀려난 최경주는 후배들과 벌이고 있는 올림픽 출전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37위인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는 물론 71위 이수민(23·CJ), 74위 왕정훈(21)과의 경쟁도 힘겨워졌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그는 기대를 걸고 있다. 일단 출발이 좋다. 그는 이날 첫홀 더블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007년 우승 때처럼 신들린 몰아치기 버디로 4언더파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기를 2개 더 내주고도 버디 8개를 잡아낸 덕분이다. 단독 선두 더스틴 존슨(미국·8언더파 64타)과 4타 차에 불과하다.

최경주는 “페이드샷을 많이 쳐야 하는 코스 특성에 맞춰 드라이버를 바꾼 것”이라며 “새 캐디와도 호흡이 잘 맞아 예감이 좋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3위간 선두 경쟁에서 일단 데이가 판정승한 모양새다. 이날 데이가 6언더파로 공동3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2위 스피스(44위)와 3위 매킬로이(58위)는 모두 중위권에 그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