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서 지난해 5월 열린 KSF 경기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마스터’에 출전한 차량이 도심을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인천 송도에서 지난해 5월 열린 KSF 경기 ‘제네시스 쿠페 드리프트 마스터’에 출전한 차량이 도심을 달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화려하게 외관을 장식한 차들이 출발선에 정렬한다. 드라이버들은 스티어링휠을 움켜쥔 채 정면의 출발 신호를 노려본다. 신호가 모두 녹색으로 점등되자 차량 20여대가 일제히 지면을 박차고 달려나간다.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바로 출발할 때다. 출발 후 5분 동안 가장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오는 17일부터 국내 자동차 경주장에서 엔진 배기음과 관중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이날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이하 KSF) 개막전을 시작으로 CJ 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CJ슈퍼레이스), 넥센타이어스피드레이싱(넥센스피드레이싱) 등 국내 3대 모터스포츠 대회가 개막 축포를 쏘아 올린다.

올해는 3대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총 400여대의 차량이 총상금 11억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3~4년 전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였던 모터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용인스피드웨이가 8년 만에 문을 열어 모터스포츠 대회의 전체 관중이 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주차들 '총알 질주'…30만 관중 몰린다
○KSF, 5월엔 송도 도심 경주

첫 출발은 KSF가 한다. 오는 17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 서킷에서 개막전을 열고 7개월간의 경주에 돌입한다. 이 대회는 제네시스쿠페 챔피언십, 벨로스터터보마스터즈, K3쿱 챌린지 레이스, 아반떼 스포츠 챌린지레이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단일 차종으로 경기하는 ‘원메이크 레이스’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차량 성능보다 운전 실력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KSF의 백미는 다음달 20~22일 인천 송도 도심에서 열리는 2차전이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올해로 3년째다. 접근성이 좋아 지난해에는 관중 10만명이 몰렸다. 현대차는 도심 경주로 100억원이 넘는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빗장 푼 용인스피드웨이

올해 모터스포츠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8년 만에 문을 여는 용인스피드웨이다. 서울에서 가까워 인기가 높았던 이곳은 2008년 문을 닫고 정비 공사를 진행한 뒤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CJ슈퍼레이스는 오는 23~24일 개막전과 7차전을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열 예정이다.

총 122대가 참가하는 CJ슈퍼레이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프로 대회다. 선수 중에는 포뮬러1(F1) 출신의 이데 유지(엑스타레이싱팀)와 포르쉐 슈퍼 컵, 일본 슈퍼GT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 팀 베르그마이스터(아트라스BX레이싱팀) 등 화려한 경력의 용병도 있다.

CJ슈퍼레이스는 여덟 차례의 경기 중 세 차례를 중국과 일본에서 진행한다. 대회 관계자는 “올해는 용인스피드웨이 효과로 연간 관중 규모가 11만~13만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넥센, 국내 최대 아마 경주대회

23~24일은 국내 모터스포츠계의 ‘빅매치’ 날이다. CJ슈퍼레이스와 함께 넥센스피드레이싱도 이날 개막전을 연다. 넥센스피드레이싱은 국내 최대 아마추어 경주대회다. 참가 차량이 210대로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가장 많다. 이석훈 넥센타이어 마케팅팀장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대회로 매년 참가 차량이 늘어 올해 처음 200대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선수들이 연간 소비하는 타이어가 1만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로 매년 관중이 늘고 있다”며 “올해 국내 3개 대회를 합쳐 총 30만명 이상이 경기를 관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