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3) 9단을 꺾고 세계바둑 3관왕에 오른 커제(19) 9단이 "앞으로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커제는 5일 중국 장쑤성 루가오에서 열린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 결승 5번기 5국에서 이세돌을 꺾고 최종 전적 3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뒤 이같은 소감을 말했다.

커제는 "끝내기에서 실수를 해서 진 줄 알았다"며 "계가 후에야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커제는 이세돌을 근소하게 앞서던 중 실수를 했고, 이세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세한 형국을 만들었다.

이세돌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커제는 막판에 반패를 잇지 않고 공배를 메우는 결정적인 수를 두면서 281수 만에 반집승을 거뒀다.

집만 계산하는 한국 규정을 따르면 이세돌이 이겼겠지만, 이 대회는 살아있는 돌과 집을 모두 계산하는 중국 규정을 따르기 때문에 커제의 승리로 끝났다.

커제는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1월 바이링배와 12월 삼성화재배 우승에 이어 세계대회 3관왕에 올랐다.

세계대회 3관왕은 2009∼2010년 중국의 쿵제 9단(삼성화재배·LG배·후지쓰배) 이후 5년 6개월 만에 탄생했다.

특히 삼성화재배는 준결승에서 이세돌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차지했다.

커제는 "이세돌과의 승부는 삼성화재 때보다 이번이 훨씬 어려웠다"며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이세돌은 훨씬 좋은 것 같았다"며 "2, 3국은 운이 좋아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이세돌이 나에게 이길 확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실제 대국 후에는 한 층 자세를 낮춘 모습이다.

커제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바둑계의 대세로 떠올랐음에도 절대 쉽지 않았던 이세돌과의 승부를 곱씹으며 "이번 결승전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세돌은 대회 후 소감을 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