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갓 성인무대에 발을 내디딘 손연재(16.세종고)가 첫 종합대회인 제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손연재는 26일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타운 체육관에서 열린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승에서 108.450점을 획득, 안나 알랴브예바(카자흐스탄), 율리아나 트로피모바(우즈베키스탄)에 이어 시상대 세 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트로피모바와 점수차는 불과 1점이었다.

지난해까지 국내 주니어 무대에서 독보적인 우승 행진을 벌였고 작년 11월 슬로베니아 리듬체조챌린지대회에서 한국 주니어 선수로는 처음으로 후프와 줄, 개인 종합 등 3종목에서 정상을 밟았다.

주니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손연재는 시니어 대회 출전 연령을 채운 올해부터 각종 대회에 출전, 성공 가능성을 점쳤고 마침내 목표로 잡았던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한국에 이 종목 사상 첫 메달을 안기며 환호했다.

이는 대표 선발전 등에서 심심치 않게 승리를 거뒀던 한국의 대표얼굴 신수지(19.세종대)를 제치고 '간판' 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미니홈피를 찾는 전국 수십만명에 달하는 '삼촌팬'의 지대한 관심 속에 무럭무럭 성장 중인 손연재는 앙증맞고 깜찍한 표정, 발레리나처럼 우아한 몸짓을 겸비했고 강철같은 정신력까지 갖췄다.

어렸을 적부터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을 잘 알기에 그 또래답지 않게 욕구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리듬체조에서 일가를 이루고자 하루 12시간씩 맹훈련하고 체중 조절을 위해 야식을 참는 건 기본이다.

25일 팀 경기에서 일본에 불과 0.600점 뒤져 동메달을 놓쳤을 때 퍼붓던 눈물은 손연재의 강한 승부욕과 투지를 상징한다.

훈련과 각종 행사에 관한 매니지먼트를 맡긴 IB 스포츠와 휠라코리아의 든든한 지원 속에 손연재는 올해 초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참가한 시니어 대회인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2010 그리스 칼라마타' 대회 개인종합에서 참가 27명 중 12위에 올랐고 5월 한 단계 높은 대회인 FIG 코르베유에손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참가선수 54명 가운데 11위에 뛰었다.

손연재는 4종목에서 평균 26점씩을 받아 27~28점대인 세계 정상권과 격차를 좁혀갔다.

손연재는 세계 톱10 진입이 어려운 목표만은 아니라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러시아 전지훈련에서 배워온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전에 출전한 8월 FIG 월드컵 페사로 대회에서는 79명 중 22위로 처졌고 9월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2위에 머물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도 했다.

그 사이 손연재는 지난 9월초 KBS배 리듬체조 대회에서 신수지를 따돌리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국내 1인자로 올라섰다.

고교부와 대학부로 직접 비교를 불가능했지만 신수지보다 0.05점을 더 얻어내며 기량에서 국내 최고로 공인받았다.

부침이 있었지만 손연재는 고삐를 늦추지 않고 아시안게임을 별렀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과 자신 있는 연기로 평균 26점 이상의 높은 득점을 받아 마침내 새 이정표를 세웠다.

올해에만 벌써 여러 차례 국제 대회에 나서 유럽 심판들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았기에 다치지 않고 꾸준히 기량을 보완한다면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중심부로 진입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광저우=연합뉴스)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