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최나연 선수의 샷을 보니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네요. "

대회 이틀째인 17일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2000여명의 갤러리가 88CC를 찾아 선수들의 명승부에 환호와 탄식을 보냈다. 특히 주말을 앞두고 모처럼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자 선수 관계자들이나 주말 골퍼 외에 나들이 나온 가족 갤러리가 크게 늘었다.

일부 가족들은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놓고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으며 소풍 분위기를 만끽했다. 자녀를 동반한 갤러리도 많았다.

만보임씨(42)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지난해부터 취미삼아 골프를 시작했는데 드라이버가 100m를 넘는 등 소질을 보이고 있다"며 "정상급 선수들의 '명품샷'을 보여줄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여서 체험학습 차원에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용인 죽전에 사는 남건식씨(48)는 대학생 딸의 손을 잡고 오전 10시쯤 나왔다가 갤러리 경품인 '오븐'에 당첨됐다. 남씨는 "딸에게 신지애의 샷을 보여주기 위해 같이 나왔는데 신지애도 보고 오븐도 마련하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평소 취미로 딸과 가끔씩 라운딩을 즐긴다는 남씨는 "내일은 남편을 데리고 같이 오겠다"고 말했다.

직장을 '땡땡이'치고 나온 갤러리도 있었다. 수원의 법무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일한다는 한모씨(46)와 인근 모은행 지점장인 남모씨(50)는 6번홀 주위에 자리를 잡고 계속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대회장을 지켰다.

한씨는 "한 달에 두세 번씩 88CC에 남 지점장님과 라운딩을 하러 오는데 신지애 최나연 같은 유명 선수가 온다고 해서 같이 '땡땡이'를 쳤다"고 말했다. 허윤경의 6번홀 세컨드 샷이 그린을 지나 러프에 빠지자 남씨는 '파 세이브'에,한씨는 '보기'에 각각 1만원을 걸었고 결국 남씨가 돈을 땄다.

수원 권선구 지역 여성 골프동호회 회원들도 단체로 왔다.

이미경씨(44)는 "개인적으로 이보미의 호쾌한 샷을 좋아한다"며 "선수들의 스윙을 지켜보니 동호회 사람들의 나쁜 폼을 보면서 오염됐던 눈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신지애 최나연 허윤경이 속한 선두 조는 선수들의 인기를 반영하듯 18홀 내내 1000명이 넘는 갤러리를 끌고 다녔다. 신지애 팬클럽 회원인 신영신씨(34)는 7명의 다른 회원들과 왔다.

모자에는 모두 '위 러브 신(We love Shin)'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배지를 달았다. 신씨는 "신지애가 출전하는 국내 대회는 대부분 찾았다"며 "올해는 출전대회가 없어서 서운했는데 한경챔피언십이 열린다는 얘기를 듣고 뛸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골프 지망생들도 선수들의 스윙폼과 경기 운영 방식 등을 배우기 위해 대거 대회장을 찾았다. 경희대 골프학과에 재학 중인 이현재씨(22)는 "아는 선수들이 몇명 있어 응원차 왔다"며 "특히 중학교 동창인 신지애 프로가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프 지망생인 중 · 고생 아들 둘을 데리고 온 박치근씨(52)는 "여자 선수들은 스윙이 정교하고 깔끔해 아들들에게 좋은 레슨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두 아들도 선수들의 스윙을 보며 메모하고 대화를 주고 받는 등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성신여대,건국대 학생들도 단체로 대회장을 방문했다. 과 친구들과 함께 88CC를 찾은 성신여대생 조한나씨(21)는 "골프 수업을 듣고 있는데 직접 대회를 보는 것이 숙제"라며 "직접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국내외 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자 이들을 가르치는 코치들도 제자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우정힐스의 골프 인스트럭터로 근무하는 데이비드 루이스 모로니씨는 "가르치는 선수들(조윤지 김자영 박유나 등)이 비교적 고른 성적을 보여 기분이 좋다"며 "신지애 최나연의 플레이는 처음으로 직접 봤는데 매우 안정된 자세에서 세계적 선수로서의 면모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경봉/김현석/김주완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