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메이저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 선수의 모교인 제주고등학교(교장 서종필. 구 제주관광산업고)가 골프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제주고에 따르면 양 선수가 우승을 차지한 8월 말 이후 거의 매일 "제주고로 전학을 할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전국에서 쇄도해 메이저대회 우승자의 모교로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결원이 생기지 않는 한 다른 학생을 받아들일 수 없어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제주고가 배출한 프로골퍼는 1990년 원예과(79회)를 졸업한 양 선수를 비롯해 2000년 신설된 골프부 출신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LG전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지나(22.코오롱-잭니클라우스) 선수와 떠오르는 신예 편애리(19.하이마트), 남민지(21. LIG) 선수 등이 있다.

'제2의 양용은'을 꿈꾸는 후배들의 성적도 남달라 올해만 해도 제20회 그린국제골프배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에서 남고부 단체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전국규모대회의 단체전과 개인전 우승 등 입상을 휩쓸고 있다.

이 같은 명성 때문에 이 학교 관광골프관리과 학생 가운데 5명이 다른 지역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며, 양 선수의 큰조카 양윤영(19)양 역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제주고가 골프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보다 탁월한 연습환경 덕분이다.

교내에 있는 2만2천㎡ 규모의 대형 골프연습장은 비거리 310m로 학생 및 선수 전용 20타석, 일반 60타석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는 일반인 연습장의 수익금을 골프공 구입 등 골프장 관리를 위해 쓰고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학교 측에서 그동안 연습장이 없어 떠돌아다녔던 도내 중학교 선수들을 배려해, 현재 '꿈나무교실' 소속 중학생 유망주들도 방과 후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특히 2003년 지어진 골프실습장은 6만㎡(파 3,9홀) 규모, 80~160m 거리로 구성된 전국 유일의 교내 쇼트게임전용 연습장이다.

관광골프관리과 2∼3학년 학생의 경우 일주일에 7~8시간을 골프실기에 할애하고 있으며, 골프장경영, 장비.잔디관리 등 골프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을 통해 명실상부한 골프전문가로 키워진다.

교내 골프연습장에서 드라이빙 연습에 한창인 1학년 박현정양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골프를 쳤는데, 양용은 선배가 우승한 이후 외국 프로무대 진출을 꿈꾸게 됐다"며 "학교에서 실전처럼 골프연습을 할 수 있어 경기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체육부장을 맡고 있는 김명보(46) 교사는 "우리 학교 재학생이 도내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그린피 등을 할인받기 때문에, 일년이면 한 사람당 약 3천만~5천만원 정도의 훈련비를 줄일 수 있다"며 "원래 레슨프로가 상주했지만, 보수문제 등으로 인해 지금은 학생 각자 레슨프로를 둬야 하는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1910년 5월 개교해 내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제주고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속의 골프 명문학교로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sunny1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