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박찬호(36.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이승엽(33.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묘하게 동반 사이클을 그리며 슬럼프 탈출을 꾀하고 있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7일 각각 6이닝 무실점 호투와 20일만에 터진 연타석 홈런포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같은 날 부활 소식을 고국에 알린 둘은 시즌 개막 전부터 비슷한 상승-하강 곡선을 그렸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합류를 고사하고 소속 팀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선언한 박찬호와 이승엽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렸고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았다.

지난 시즌 부상 후유증으로 100여일이나 2군에 밀려났던 이승엽은 시범경기 타율 0.302(53타수16안타)에 홈런 8개, 17타점으로 리그 최고의 타격감각을 자랑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에는 지난달 17일 연타석 홈런으로 잠깐 반짝했을 뿐 연일 타율을 까먹었고 결국 하라 감독의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좌완 투수가 나오면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다.

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에 새 둥지를 튼 박찬호도 시범경기에서 21⅓이닝을 던져 2승에 평균자책 2.53, 탈삼진 25개로 활약해 찰리 매뉴얼 감독의 신임을 얻고 5선발 자리를 따냈다.

경쟁자 J.A.햅도 20이닝, 평균자책 3.15로 좋았지만 매뉴얼 감독은 박찬호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겼다.

하지만 박찬호는 지난달 3차례 선발 등판에서 나올 때마다 홈런을 얻어맞고 5실점, 4실점, 4실점을 허용하면서 선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개막 이후 최악의 부진을 보인 시점도 비슷하다.

박찬호는 지난 2일 뉴욕 메츠를 맞이한 시즌 4번째 선발 등판에서 4⅔이닝 동안 8안타, 7실점으로 무너지면서 시즌 첫 패배까지 떠안았다.

5선발 입지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당연히 따라붙었다.

이승엽도 지난 2일 한신과 경기에 왼손 선발이 나오자 1군 경험이 고작 4경기에 불과한 신출내기 오다지마 마사쿠니에게 1루수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었다.

다음 날에는 출전했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타율이 1할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약속이나 한듯 바닥을 치고 극적으로 부활했다.

부활의 계기도 비슷하다.

박찬호는 7일 메츠와 경기에서 과감한 몸쪽 승부로 재미를 봤다.

이승엽도 전날 요코하마와 경기 4번째 타석에서 몸쪽 높은 직구를 끌어당겨 도쿄돔 외야 광고판을 때리는 145m짜리 초대형 홈런포를 날렸다.

둘 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쪽 승부에서 해결의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이제 한 번 잘 던지고 하루 잘 쳤을 뿐이다.

지금부터 해외파 대표 투수와 타자의 동반 부활을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