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이름을 '거스'로..대통령은 시민권 약속

2008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에서 '마법'을 부리면서 러시아 축구팀을 4강에 올려 놓은 거스 히딩크(62) 감독의 인기가 러시아에서 하늘을 찌르고 있다.

러시아 스포츠 전문 TV방송인 `스포츠'는 25일 시베리아 남서부 볼로트노에라는 도시에 사는 한 부부가 최근 태어난 남자 아이의 이름을 `구스'로 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이 부모는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와의 경기를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따 아이의 이름을 `구스'로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거스'의 러시아식 발음인 `구스'는 러시아어 `구시(거위)'와 매우 발음이 유사하다.

방송은 이 이름이 러시아 축구팀의 승리에 기뻐하는 팬들의 환호 만큼이나 러시아인들의 귀에는 낯선 이름이라고 전했다.

앞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네덜란드와의 경기 다음날 "히딩크 감독이 원한다면 러시아 시민권을 주겠다"고 말했다.

2차대전 독일군 침공 6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히딩크 감독이 고향(네덜란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안전할 지 모르겠다"는 한 참전 용사의 질문에 "그는 돌아갈 필요가 없으며 우리는 그에게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은 16강전에서 스웨덴을 꺾은 데 이어 지난 21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8강전에서 20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린 네덜란드를 3-1로 무찌르면서 이변을 연출했다.

러시아가 이 대회에서 준결승에 오른 것은 구 소련 해체 이후 처음이며 소련 해체 이전을 포함하면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1988년 이후 20년 만이다.

히딩크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경기 후 "조별 경기 후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비롯한 러시아 곳곳에서 사람들로 넘쳐났다는 것을 알았다.

러시아 국민들이 무척 기뻐하는 것을 보았고, 이것이 팀에 더 큰 책임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구 소련 붕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어온 러시아에 축구붐을 일으키고 있는 그는 러시아 국민에게 `영웅'이 되고 있다.

한편 러시아와 스페인의 4강전은 27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하펠 슈타디온에서 펼쳐진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