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방의 홈런이 연속으로 대구의 하늘을 수놓는 순간. 모두들 자신의 눈을 의심했지만 그것은 한국시리즈 무관의 한을 깨끗이 씻어내는, 21년을 기다려온 순간이었다. 결승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마해영은 베이스를 돌면서 펄쩍 펄쩍 뛰었고 더그아웃에 숨죽이며 앉아 타구의 방향을 주시하던 삼성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그토록 오랫동안 `가을 잔치'의 조연에 만족해야 했던 대구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도 가장 큰 목소리로 `삼성'을 외쳤다. 늦가을 하늘에는 화려한 폭죽이 끊임없이 터졌고 삼성 선수들은 저마다 얼싸안고 우승의 감격을 자축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 마해영도, 동점 3점 홈런을 때린 이승엽도, 터프가이 양준혁도 말을 잊은채 뒤엉켜 감격의 눈물만 흘렸다. 행여나 부정이 탈까 만져보지도 못했던 챔피언 모자와 티셔츠를 나눠 입은 뒤 샴페인을 터트린 선수들은 일제히 깃발을 들고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그라운드를 빙 돌며 관중들에게 큰 절을 올렸고 서로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기쁨을 만끽했으며 한참동안 더그아웃을 지키고 있던 `코끼리' 김응용 감독도 그라운드에 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팬들이 외치는 `최강 삼성'은 오래도록 달구벌 하늘에 울려퍼졌다. (대구=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