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브라질은 월드컵을 4번이나 우승한 최고의 팀다웠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흥분이나 실망이 아닌 자유로움과 진지함이 흠뻑 배어 있어 보는 이의 마음마저 넉넉하게 하는 그 무언가를 느끼게 했다. 27일 오전 9시5분, 첫 공식훈련을 위해 미포구장에 도착한 브라질 선수단은 자신들을 기다리는 300여명의 취재진들을 향해 씽끗 웃고는 버스에서 하나둘씩 내려 천천히 구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한 명당 수십 명씩 기자단이 몰려들었고 특히 히바우두와 호나우두는 대스타답게 취재진의 집중적인 질문공세를 받았지만 싫은 기색하나없이 차분하게 답변에 응했다. 느슨하게 선수통로를 통제하던 경찰들이 깜짝 놀라 선수와 취재진의 사이를 벌리려고 하자 브라질 대표팀의 미디어 담당관은 오히려 경찰에게 비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훈련에 임하는 팀 분위기에서도 남미 특유의 여유와 즐거움이 느껴졌다. 21명의 선수가 원형으로 서서 공을 패스하고 가운데 있는 선수 2명이 공을 빼앗고 빼앗긴 선수가 다시 원안으로 들어가는 몸풀기 훈련때는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공을 빼앗기자 뒤로 벌렁 누워 장난치는 선수도 있었다. 10분간의 러닝때도 웃음을 보이던 선수들은 그라운드 귀퉁이에서 순발력 훈련을 시작하면서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트레이너의 구호에 따라 선수들의 동작은 일정하게 완급을 반복했고 계속된 5:5미니경기, 7인3조의 패싱훈련에서도 전력을 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훈련 1시간20분이 지나자 선수 대부분의 유니폼은 땀으로 젖었다. 이어 호나우두, 히바우두, 카카, 카푸 등은 하프라인에서 오른쪽 라인을 타고가다 센터링하는 3각 혹은 4각 패스를 통한 슈팅연습을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은 공을 줍거나 러닝중 취재진 쪽으로 오면 손을 흔들며 미소를 던지는 장난기까지 발휘했다. 앞서 취재진과 마중나온 팬들을 무시하고 짜증까지 낸 일부 선수단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카를루스의 말대로 브라질 대표팀은 승부를 떠나 `즐거운 축구'에 익숙해 있었던 것이다. (울산=연합뉴스) yk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