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m를 눈앞에 두고 = 1m는 3m 보다 몇배 더 어렵다.

골프의 원칙은 "짧은 것이 쉽다"지만 어떤 날의 최후순간에는 1m 퍼팅이
3m에 비해 천배 만배의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지난 19일 끝난 97 삼성세계여자골프선수권대회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
최종라운드 최종홀에서 헬렌 알프레드슨(32.스웨덴)의 1m 버디 찬스는
"골프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녀의 그날 골프는 "이겨야 하는 게임이었고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녀는 3라운드 1타차 단독선두였고 비록 "그 선두주자로서의
최종라운드 속성대로" 최종일 플레이가 부진하기는 했지만 우승찬스는
그녀에게 분명 존재했다.

알프레드슨이 16번홀에서 50~60cm 가량의 파퍼팅을 실패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1타차 우승이었다.

그러나 우승은 줄리 잉크스터(37-미국)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18번홀 (파4-3백50야드) 세컨드샷을 앞두고 알프레드슨은 정확한 샷을
하기위한 연습스윙을 정성들여 되풀이 했다.

몇번이나 어드레스를 "풀었다 잡았다"하는 모습이 그녀의 "질 수 없는
게임"을 설명했다.

결국 볼은 핀 1m에 붙었다.

<> 잉크스터의 역설적 상황 = 알프레드슨의 그 1m 버디 퍼팅은 어떤
이유로라도 결코 "실패해서는 안되는 퍼팅"이었다.

어처구니없이 빠뜨린 16번홀 퍼팅만 아니더라도 그녀의 마음은 한결
편 할수 있었으리라.

또 그 퍼팅이 차라리 "3m나 5m였다"해도 한층 집중 할수 있었을 것이다.

쇼트 퍼트가 아닌 중거리 퍼트였다면 실패해도 "자기 위안"이 존재하고
"빠질 수도 있는" 객관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최종순간의 그 1m는 "넣는 것" 밖에는 다른 진리가 없었다.

그런 상황은 "골프 최고의 압박감"을 상징했다.

중압감은 막막함을 동반한다.

숱하게 연습했고 숱하게 넣었던 거리지만 "우승을 눈앞에 두고 꼭
넣어야만 하는 퍼팅"은 언제나 "생애 첫 퍼트"같이 다가오는 법.

결국 "슬로 모션으로 본" 그녀의 스트로크는 폴로스루를 다 해주지
못했고 구르던 볼은 홀 오른쪽을 스치고 만다.

같은 18번홀에서 벌어진 연장 첫홀에서 잉크스터의 3.5m 버디 퍼팅은
위에서 말한 속성을 역설적으로 설명해준다.

그녀는 "의외로" 6타차를 거침없이 따라붙으며 연장까지 왔고 다른
두명은 모두 파퍼팅을 남기고 있었다.

그같은 상황은 그녀의 어깨에서 압박감을 떨쳐 내게했다.

그런 경우는 "집중력이 압박감을 제압할 수 있는" 흐름.

잉크스터의 내리막 퍼트는 홀 한가운데를 파고 들었다.

<> 결정은 확신이다 = 알프레드슨의 뼈아픈 실패엔 베른하르트 랑거
(독일)의 한마디가 약이 될 수 밖에 없다.

"항상 결정하라.설사 그 결정이 잘못됐더라도 결정 안하는 것보다는
언제나 나은 법이다"

알프레드슨의 16번홀, 18번홀 퍼팅은 "0.1mm를 겨냥하는 결정이
부족하지 않았을까"한다.

결정은 그 자체로 확신을 의미한다.

등뒤에 달라붙은 "원숭이" (압박감)를 떨쳐내는 방법은 오로지 "확실한
결정"뿐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