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판매상 접촉하니 '흔적 안 남는 거래' 유인…10대도 무방비 노출
처방 통한 오남용 우려도 여전…당국 감시 강화에 취급 중단 병원도
펜타닐 패치 있나 묻자…1분도 안 돼 "한 시간 내로 되죠"
"서울이면 한 시간 내로 되시죠."
소셜미디어(SNS)에 마약 판매 홍보글을 올려둔 판매상에게 온라인으로 비밀 대화를 시도했다.

마약류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살 수 있냐고 묻자 1분도 채 되지 않아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필로폰 1g(약 30회 투약분)은 65만원, 엑스터시 2정은 30만원이라고 적힌 이른바 '메뉴판'을 보내왔다.

피부에 붙이는 펜타닐 패치는 개당 20만원이라고 했다.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암 환자나 수술 환자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투약하는 마약성 진통제다.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80배 이상 중독성과 환각 효과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판매상은 특정 장소에 물건을 가져다 놓으면 찾아가는 방식인 '던지기'로 거래한다면서 "입금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무통장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통장 입금 시 필요한 주민등록번호는 다른 사람의 것을 알려줄 것"이라며 "본인 정보 하나 안 남기고 거래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런저런 질문을 더 하자 이 마약상은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는지 대화를 끊어버렸다.

마약 판매상과의 대화는 펜타닐 패치 구매 의도 없이 취재 목적으로만 이뤄졌다.

마음만 먹으면 SNS를 통해 금세 펜타닐 패치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상황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펜타닐은 대량 생산이 가능한 만큼 기존 마약류에 비해 저렴하고 투약이 편리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불법 펜타닐이 18∼49세 미국인 사망 원인 1위(2021년 기준)로 지목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는데 국내에서도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피부에 붙이는 식이라 사용이 간편한 펜타닐 패치 제품이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면서 인터넷 이용에 익숙한 10대의 수중까지 들어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펜타닐 패치 있나 묻자…1분도 안 돼 "한 시간 내로 되죠"
펜타닐은 중증 환자에게만 처방될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지만 일반 병·의원의 패치 처방을 통한 오남용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 약사는 "우리 약국은 인근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 처방을 내리지 않기 때문에 취급하지 않고 있지만 다른 약사들에게서 관련 문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사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본인임을 충분히 확인하면 중복 처방은 걸러낼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방문해 각자 처방받는 등 병원을 속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속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오남용 우려로 당국의 감시도 부쩍 강화된 상황이다.

식품의약안전처는 120명 규모의 민관 감시단을 지난 4월 구성했는데 5월에는 펜타닐 패치와 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 4종을 청소년에게 과다처방했다고 의심되는 의료기관 60곳을 집중 점검하기도 했다.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제형의 펜타닐 연도별 처방 건수를 보더라도 2022년 133만7천987건으로 2021년(148만8천325건), 2020년(155만3천434건)과 비교해 줄어들었다.

이 때문인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하거나 취급하지 않는다는 병원도 적지 않았다.

경기 남양주의 한 내과의원 의사는 "처방받은 환자가 펜타닐 패치를 판매하거나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처방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을 지낸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교수는 "의사가 펜타닐 패치를 처방할 때 이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하고 약사도 제대로 된 처방에 의해 약을 사러 왔는지 확인해야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 시기부터 가정, 학교, 지방자치단체, 정부 등에서 공조해 예방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