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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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려아연, 삼천리, 동서식품…. 이들 회사는 취업시장에서 이른바 ‘고·삼·동’이란 약칭으로 불린 우량 알짜 제조업체다. 한때 공기업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제조업체조차 지원자 급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 제조업체 A사는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을 넘고 초봉이 5000만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입사 지원자가 4년 전(5000명 안팎)의 5분의 1인 1000명대에 그쳐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요즘 젊은 직원들은 과거 고성장 시대에 선배들이 받은 급여나 복지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거의 없다”며 “호봉제를 누리며 정년까지 간다는 생각보다 기회가 되면 더 좋은 업종이나 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전통 제조업의 인기가 시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조업 미충원율 29%
일단 제조업은 거른다…"연봉 7천만원 줘도 지원자 5분의 1토막"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조업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충원 인원은 18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1000명(37.6%) 늘면서 2008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미충원율(구인 인원 대비 미충원 인원의 비율)은 15.4%로 전년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제조업의 미충원율(28.7%)은 운수·창고업(51.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영세 사업장은 구인난이 더 심각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은 미충원 인원이 1만2000명이었지만, 300인 미만 사업장은 미충원 인원이 17만3000명이나 됐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미충원 인원이 1년 전보다 4만9000명(39.0%)이나 늘었다.

제조업에서 기업이 원해도 채우지 못하는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다. 30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요 업종 일자리 전망’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빈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론 ‘사업체에서 제시하는 임금 수준 등 근로조건이 구직자의 기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란 답이 많았다.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과 구직자의 눈높이가 달라 일자리 미스매칭이 심하다는 것이다. 고용부도 이날 ‘제5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에서 ‘일자리 미스매칭’을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제조업에선 (대기업과 영세기업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도 더 심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인난은 조선산업이나 뿌리산업 같은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통 제조업이 외면받는 것과 달리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업계와 첨단산업, 금융 등은 여전히 구직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디지털·신기술 일자리는 확대되는 반면 고탄소·노동집약산업은 쇠퇴가 불가피하다”며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한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구인난 대신 구직난 심해질 수도
지금 같은 제조업 구인난이 계속될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는 경기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 신산업조차 인력 채용 속도를 조절하면서 고용 상황이 더 위축될 수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지면 지금의 구인난이 구직난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업종에선 이미 그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 등 금융권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며 희망퇴직을 늘리고 있다. 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핵심 개발 인력을 제외하고는 인건비 감축에 들어갔다.

스타트업도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컬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직방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가치가 줄줄이 하락하면서 인재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던 스톡옵션의 효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운영 자금이 바닥 난 스타트업들은 이미 인력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곽용희/허란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