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사진=한경DB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사진=한경DB
야간 숙직 근무에서 여성 직원을 배제하는 것이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이 결정을 두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논란이 벌어졌다.

20일 인권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통합IT센터에서 근무 중인 A씨는 지난해 8월 당직근무 편성 때 여성 직원에게는 주말과 휴일 일직을 배정하고 남성 직원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것이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1년 4개월 만인 지난 1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A씨에게 통보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야간 숙직의 경우 한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일직과 비슷하고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면서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여성들에게 야간 숙직을 배정하려면 여성 당사자들의 입장을 청취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성 직원 수가 증가하고 보안 시설이 발전하는 등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의 구분 없이 숙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정문을 공개하며 “결론을 정해놓고 짜맞추기 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도 인권위의 판단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고된 업무가 아닌데도 여성은 능력이 부족해 수행하지 못한다니 성차별적 시각"이라고 비판했고 다른 누리꾼은 "남자라고 밤에 무섭지 않고 안전이 보장되느냐"고 반문했다. "결정문 안에도 모순이 있다. 차별시정위원회의 차별적 시각을 드러낸다", "여성 당사자들 입장은 청취하라며 왜 남성들 입장은 안 물어보냐" 등의 지적도 제기됐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