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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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용산에서 싸우고, 노래 부르고 춤출 것입니다. 대통령실 집무실을 향해 회원들과 함께 행진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한 뒤 처음 맞는 주말인 1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역광장은 구호와 함성소리로 떠들썩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 500여 명은 이날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5월 17일)’ 기념집회를 열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수술 없이 성별 정정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통령실 앞에서 첫 행진 집회가 열리면서 용산역 일대는 극심한 교통 정체로 몸살을 앓았다. 전쟁기념관 앞 도로는 집회 탓에 아예 한쪽 차선이 막혔다. 한 시민은 행진대열을 막아서곤 “차가 막히니 지금 당장 집회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시위대의 트럭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노랫소리와 함성, 차들의 경적소리가 뒤엉키면서 인도를 걷던 아이들은 귀를 막고 뛰어갔다. 삼각지역 근처 카페에서 집회를 지켜보고 있던 이모씨(27)는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며 “주말에 자주 들르던 곳이었는데 집회가 늘어나면 주변이 굉장히 시끄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용산 대통령실 앞을 지나 녹사평역 이태원광장까지 행진했다. 오후 6시께는 국방컨벤션 앞에 멈춰서 “집회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일터 앞은 어떤 집회도 불가능한 성역이었다”며 “우리도 경찰의 훼방을 받았지만 재판에서 승리해 이 거리를 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경찰은 집시법 제11조에 따라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금지’ 조항의 관저에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보고 집무실 울타리 기준 100m 이내를 지나는 무지개행동의 행진을 불허했다. 하지만 법원은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의 행진은 허용했다. 다만 경호와 차량 정체 우려를 고려해 한 장소에 계속 머무는 것은 금지했다.

이른바 ‘용와대(용산+청와대)’ 시대가 열리면서 과거 광화문 인근에 집중됐던 집회·시위도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 쪽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경찰청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국방부 청사 반경 1㎞ 내 집회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용산경찰서와 종로경찰서에 신고된 집회는 각각 272건과 167건이다. 용산에서 열리는 집회 건수는 하루평균 7.16건으로 종로 4.39건보다 약 1.6배 늘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