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비용 급증

도시민의 농촌行 늘어나는데
철근·콘크리트 등 자재값 뛰어
주택 건축비 최대 30% 더 들듯

비료값 1년새 3배 오르고
국제유가 급등에 난방비도 부담
보일러 끄고 전기장판 생활하기도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해당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비료 가격이 1년도 안 돼 세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비닐하우스, 농자재까지 오르지 않은 게 없어요.”

5년 전 귀촌해 전남 담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정모씨(63)는 요즘 예상치 못한 각종 비용 증가가 당황스럽다. “너무 급하게 부담이 커져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스럽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씨는 “농자재를 보관하는 컨테이너부터 비닐하우스에 들어가는 작은 철재 핀까지 대부분의 가격이 올라 주변 귀촌인은 물론 귀촌 희망자들까지 걱정스러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비용 최소 30% 상승
귀촌인 떨게하는 'I의 공포'…비닐하우스 설치비 1000만원 더 들어

35만 귀촌가구가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농사를 짓고 귀촌생활을 하는 전 과정에 걸쳐 비용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귀촌을 결정하고 살 집을 짓고 있는 예비 귀촌인은 주택건설 비용이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 골치를 앓고 있다.

귀촌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집을 짓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주택건설에 필요한 목재와 철근, 콘크리트 가격이 급등해 예비 귀촌인의 주택 마련 부담이 크게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0년 자료에 따르면 귀촌인의 85.2%는 정착자금의 주요 사용처로 ‘주택 마련’을 꼽았다.

올해 목조주택을 지을 예정인 예비 귀촌인 김모씨(58)는 “시공사로부터 ‘3개월 정도 소요될 공사기간에 자재값이 30%는 오를 것으로 보이니, 미리 돈을 입금하면 현재 가격으로 지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목재값으로만 수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미리 돈을 입금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대한목재협회에 따르면 러시아산 제재목 가격은 지난해 12월 기준 ㎥당 57만원으로 2020년 12월(39만원)보다 46% 상승했다.

유가 상승으로 난방비 부담도 커졌다. 농촌에는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등유 보일러를 쓰는 곳이 많다. 경기 연천에서 53㎡ 크기 주택에 거주하는 박용수 씨(59)는 “2년 전 실내 등유가 한 드럼에 16만원이었는데 최근 20만6000원에 구매했다”며 “추운 겨울에는 난방비만 한 달에 50만원씩 들어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농자재·비료값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해 귀촌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한경DB

농자재·비료값 등 각종 비용이 증가해 귀촌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한경DB

농사 비용도 크게 늘어
귀촌인 떨게하는 'I의 공포'…비닐하우스 설치비 1000만원 더 들어

귀촌인들은 “농사 짓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농사시즌’에 들어가기 전 뿌려줘야 하는 비료 가격부터 그렇다. 원료가 되는 요소와 염화칼륨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비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의 수출 제한으로 요소 수입이 막히면서 요소비료 가격은 세 배가량 급등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년 전 이맘때만 하더라도 요소비료 한 포를 1만400원에 구매했는데, 지금은 2만6900원은 줘야 한다”는 게 귀촌인들의 설명이다.

하우스용 필름값 등이 올라 비닐하우스를 짓는 비용도 크게 늘었다. 경상남도와 일선 시·군 농협 등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시설 자재인 철강값은 t당 150만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약 40만원 상승했다.

하우스용 필름도 소비자가격이 10~15% 뛰었다. 전북에서 귀촌 생활을 하는 한모씨는 “작년 이맘때 650㎡ 비닐하우스를 짓는 데 1200만원이 들었는데, 올해는 2000만원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귀촌 증가세 꺾일 수도
이런 흐름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본격화한 귀촌 증가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2020년 귀촌 가구는 34만5205가구로 전년 대비 8.6%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은퇴 후 여유로운 농촌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저밀도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농식품부의 분석이다.

귀촌 비용이 증가하면 귀촌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계획을 접거나, 실행 시기를 늦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남 무안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철근 가격이 오르면서 하우스와 축사를 신축하는 분들의 어려움이 크고, 유가도 급등해 보일러 사용을 멈추고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버티는 경우도 있다”며 “귀촌에 필요한 비용을 꼼꼼히 계산할 것을 권하고, 초기에 무리한 투자비용을 들여 귀촌하려는 것은 말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장강호/이광식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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