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학을 휴학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씨(27)는 연거푸 입사시험에서 낙방하다가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이후 취업문이 더 좁아지면서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엔 정신과 문을 두드릴 지경에 이르렀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졌어요. 주변에선 언제 취업하냐고 자꾸 물어보는데, 계속 떨어지니 미칠 지경입니다.”

대학생 30% "코로나 블루 경험"
코로나 사태가 2년간 이어지면서 김씨와 같은 증세를 호소하는 대학·대학원생이 크게 늘었다. 5명 중 1명꼴로 “극단적 선택에 대해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을 정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달 초 발간한 ‘코로나19, 대학(원)생 심리·정서 지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살에 대해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20.2%로 집계됐다. 4년제 대학생 2180명과 대학원생 125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6월 조사한 결과다.

이는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가 지난해 6월 조사한 20대의 ‘자살 생각’ 비율(17.5%)보다 높은 것이다. 지난 1년간 수일간 지속되는 불안감을 경험한 학생은 응답자의 30.8%,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한 학생은 33.2%로 조사됐다.

심리·정서 안정에 위협이 되는 요인으로 ‘취업 경쟁 및 불안의 심화’를 꼽은 대학생이 3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비, 생활비 등 경제적인 어려움’(18.8%), ‘초기 성인으로서 가치관, 청사진 부족’(14.8%), ‘좌절, 갈등 극복 경험 부족’(14.1%), ‘교수 선후배 등 학교에 믿고 의논할 상대가 없음’(14.0%) 순이었다. 연구진은 “경쟁적 환경, 미래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함 등이 코로나19와 중첩돼 대학생들의 심리적 위기를 가중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휴학이나 자퇴를 고려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29.9%로 집계됐다. 휴학·자퇴를 고려한 이유로는 ‘비대면 수업의 비효율성’이 31.7%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사회 활동 감소’(23.9%), ‘학교생활 적응의 어려움’(17.2%) 등이 이유로 꼽혔다.

실상이 이런데도 심리적 위기를 겪는 학생을 지원하는 대학 학생상담센터 이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대학 학생상담센터 이용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13.6%에 머물렀다.

보고서는 “대학 학생상담센터를 중심으로 국가 차원에서 대학과 지역사회 유관기관들이 연계해 20대 청년층에 대한 광범위한 심리·정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초·중등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의 마음건강을 위한 학교, 교육청, 지역사회 연계 통합지원 서비스망이 구축돼 있으나 대학은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