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법 "직원이 해야 했을 일 수년간 대신하다 순간적 격분"
노숙인 시설서 동료 용변 치우다 살해…2심도 징역 10년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수년간 남의 용변을 치우다 한순간 격분해 동료를 살해한 6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중형을 받았다.

대전고법 형사1부(백승엽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3)씨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장애인 등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월 세종시 한 노숙인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하던 70대 치매 환자의 용변을 치우다 그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마구 때려 며칠 뒤 병원에서 숨지게 했다.

수년간 피해자 용변을 처리했던 그는 범행 당일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1심 재판부는 "거동이 불편해 저항할 수 없는 피해자를 폭행하고도 아무런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징역 10년형을 내렸다.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검찰 항소를 살핀 2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이라는 존귀한 가치를 침해했다"면서도 "용변 처리는 시설 직원이 해야 했던 일인데도 피고인은 직원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계속 그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간 상당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우수 거주인 표창을 받을 정도로 모범적으로 생활했던 점 등을 고려해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이유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1심에서 장애인 관련 취업 제한 또는 면제 판단을 누락한 점을 들어 원심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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